그의 시적 상상력은 언어의 피상성이 가로막는 두터운 벽을 뛰어넘으려는, 그래서 부닥치는 삶의 원초적 비극과 존재에의 충동과 맞서려는, 그렇기 때문에 빚어지는 상승과 하강의 몸부림으로 심화되고 있다. 우리가 그의 시에서, 세계에로 침투해 들어가려는 자아의 강렬한 욕망을 발견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시인의 산문]
과거는 현재 인생의 전 단계가 아니다. 과거는 떠나면서 다시 돌아와 나를 감싸는 둥근 시간이다. 미래 또한 현재 인생의 다음 단계가 아니다. 미래는 끊임없이 내게로 쳐들어와 과거를 입고 나의 현재를 감싸는 둥그런 시간이다. 떠나간 시간을 추억이라 하지 말라. 과거는 바로, 지금, 여기, 머물러 나와 함께 있다. 과거는 절대로 숨어 있지 않는다. 과거는 귀신이 되어서도 머리 풀고, 손톱을 세우고, 피눈물 흘리며 다시 돌아와 방심하는 내게로 달겨든다.
나는 우주의 중심에 잇고, 삼라만상의 중심에 있고, 만유인력의 중심에 있다. 이 원대한 우주는 내 마음이 돌리는 하나의 돌팔매이다. 나는 거울을 보듯 세상을 본다. 모든 사상과 역사와 민족과 사건의 중심에 한 여자인 내가 있고, 몰래 흐르는 더러운 시궁창에 발을 담그고 내가 서 있다.
나는 온 힘을 기울여 십자가와 같은 이승에서의 時空을 짊어지고 걸어간다. 아무도 내 십자가를 대신 짊어질 수 없고, 나도 남의 십자가를 통째로 짊어지고, 그의 병을 대신 앓을 수 없다, 그러므로 나의 詩는 밀가루반죽처럼 뭉뚱그려진 내 時空을 저며낸 하나씩의 편린이면서 동시에 한 인생으로 서서 돌과 같은 이 반죽 세상을 저며내보려는 한 찰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