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그는 부정적인 물의 상상력을 통해 우리의 삶의 메마름을, 그리고 그 메마름이 죽음과 다름 아님을 충격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그 메마름에 대한 충격적이면서도 처절한 인식은 짙은 비꼼과 의미 깊은 반전을 통해 진정한 삶을 향한 열정으로까지 연장된다.
[시인의 산문]
여기에 적힌 문자는 나의 뇌세포가 누군가를 향해 무한으로 쏘아올린 일방적 커뮤니케이션의 기록이다. 이를테면 내가 하나의 방송국이 되어 그 시설을 무분별하게 사용하면서 남긴 방송 대본의 일부인 셈이다. 그러나 이 대본과 방송의 내용이 일치한다고 믿지는 마라. 그것은 ‘나’라는 하나의 개체로서는 주체할 수 없는 어떤 힘이었고, 그 힘을 관리하고 검열하는 일은 미안하게도 나의 능력 밖의 일이었다. 따라서 이 기록은 말더듬이의 말 같은 내 정신의 편향된 메모랜덤쯤으로 보는 것이 옳을 듯하다.
이 방송의 법적 근거를 따진다면 나는 ‘사색의 자유’와 ‘사람이 혼자 있을 때 하는 짓’이라는 막심 고리키의 짤막한 산문을 들 수밖에 없다. 이것은 또한 ‘나’라는 존재의 양식으로 보아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방송은 대개 야음을 이용하여 발사되었고 그때마다 나는 가벼운 열병을 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일에 어떤 성실함을 보였다면 그것은 별이 끊임없이 반짝이는 이유와 같다. 내가 언제든지 ’별이 반짝인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한 이 일은 어떤 형태로든 계속될 것임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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