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벨탑의 언어

남진우 평론집

남진우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1989년 5월 15일 | ISBN 2002194002806

사양 신국판 152x225mm · 376쪽 | 가격 4,500원

수상/추천: 대한민국문학상

책소개

문학의 우상화와 독재화에 맞서면서, 문학 작품을 열린 정신으로 분석 비평하고, 문학과 상상력 그리고 현실 사이의 상호 관련성을 독특한 필치로 구성하고 있는 80년대 신예 비평가의 첫 평론집.

작가 소개

남진우 지음

시인 남진우는 1960년 전북 전주에서 태어났다. 198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 198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문학평론이 각각 당선되어 문단에 나온 후 현재까지 시인과 평론가로서 활발한 활동을 해오고 있다. 시집으로 『깊은 곳에 그물을 드리우라』 『죽은 자를 위한 기도』 『타오르는 책』이 있으며, 현재 명지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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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ondandy
    2002.03.30 오전 12:00

    80년대의 문학은 민중문학이 그 주류를 형성하고 있었다. 노동문학론, 제 3세계 문학론 등 민중문학 관련 논의들이 활발히 전개되어 갔으며 그 논의들은 시대적 정황에 맞게 변화해 가면서도 민중문학이라는 하나의 문학적 입지를 점차 거대하고도 단단하게 구축해 나가고 있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민중문학과는 뜻을 달리하는 작가는 첫 평론집 < <바벨탑의 언어>>을 통해 자신의 문학적 입지나 타당성을 마련하고자 하였다.

    80년대에 작가는 < 시운동>의 동인으로서 활동하였다. 그의 문학은 민중을 억압하는 체제에 정면 대결해야 한다는 민중문학의 입장에서 벗어나 있었고 이 책을 통해 “물리적 힘 대(對) 힘의 대결”로 대응하는 방법은 “체제의 구조와 똑같은 속성을” 가지게 되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방법의 결과로는 “동물 세계의 약육 강식의 법칙에 대한 확인” 밖에 남을 게 없다고 결론 내린다. 작가에게 80년대의 문학 현실은 그만큼 “권위적이며 결정론적”이었다. 그에게, 주류문학으로 발돋음하고 있었던 민중문학은 민중문학이 아니면 안된다는, 강요된 선택을 요구하는 것처럼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작가는 80년대에 민중문학이 “가장 광범위한 동의”를 얻고 있었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리고 민중문학이 개별 작가와 작품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민중문학자들은 현실을 고정된 표적으로 파악했다고 볼 수 있다. 그들은 현실은 이미 결정된 것이며 문제되는 것은 오로지 작가의 결단 및 사격 능력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작가가 정확히 조준만 하면 화살은 틀림없이 과녁의 중심에 가 꽂힐 것이라 한다. 그러나 과연 현실은 그렇게 고정되어 있는 것일까? 그러한 판단은 너무 단세포적인 것이 아닐까?
    -「닫힌 세게 열린 의식」, 『바벨탑의 언어』

    민중문학의 현실인식에 반대하여 작가는 민중문학만이 아닌 다른 문학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다양성’을 < <바벨탑의 언어>>의 필치로 삼고 있다. 이런 논지의 한편에는, 민중문학만이 문학으로서의 타당성을 확보할 수 있는 현실에서는 자신의 문학 즉 < 시운동>의 동인으로서의 문학 역시 그 존립기반을 마련할 수 없다는 입장도 자리잡고 있었다. 그리하여 그의 첫 평론집인 이 책은 ‘다양성’에 대해서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있으며 개별 작품 평론에서 채택된 작가 역시 장정일, 안재찬, 이성복, 정현종, 서정주 등 그것을 증명해낼 수 있는 이들로 선정되어 있다.

    목차별로 살펴보면 이 평론집의 1부는 「각의 시학」을 필두로 하여 주로 80년대의 현실에 기반을 둔 글로 되어 있다. 그리고 그 내용은 80년대 민중문학의 맹점을 지적하는 것에서 도시 서정시를 특징짓는 작업, 70년대 민중시에 나타난 도시상들, 해체시가 나아가야 할 방향 등으로 이어지는데, 모두 새로이 발견되는 징후들을 통해 시대가 변화하고 있음을, 그래서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을 피력하고 있다. 2부와 3부에서는 앞서 말한 작가들의 실제 작품 분석을 통해 다양성의 실례를 보여주고 있으며, 4부에서는 80년대의 문단계를 살펴보고 있다. 다시 말해 평론집 전체가 하나의 뚜렷한 논조(다양성 인정이라는)를 가지고 일관된 흐름으로 쓰여졌다고 볼 수 있겠다.

    현재는 윤대녕의 작품에 ‘존재의 시원으로의 회귀’ 라는 유명한 정의를 부여한 평론가로서, 신경숙의 남편으로서, 계간 문학동네의 편집주간으로서, 시인으로서 활동하고 있는 평론가의 첫 평론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