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시인은 잡답한 현실 속에서 붕괴되어가는 도시적 삶에 대한 발랄하고도 따뜻한 통찰을 보여준다. 그 통찰이 빚어낸 세계는 도시적 감수성과 여성적 섬세함이 풍요롭게 어울리고 있는 세계이다.
[시인의 산문]
채워넣어야 할 백지 앞에 마주 앉는다는 것은, 삶의 허망함 앞에 마주 앉는다는 것과 동의어이다. 나는 만년 전부터, 나의 일회의 삶을 거쳐, 또다시 또 다른 만년으로 끊임없이 출렁이는 이 허망함의 바다에 그물을 던진다. 제발, 나의 엉성한 그물, 시니피앙들만을 건져올릴 뿐인, 배은망덕한 그물이여, 도와다오. 이따금 始原의 번쩍이는 비늘의, 어둠을 배반하는 에우리디체의 영혼을 건져낼 수 있게 해다오.
어둠. 나는 언제나 어둠 속에 남아 있다. 그러나 눈여겨 보아주기 바란다. 내가 어둠 쪽에 아슬아슬하게 존재 거의를 집어던지는 까닭을. 나의 어둠에의 체류는 전략적이다. 나는 오르페우스이다. 나는 일단은 지옥의 길을 꼼꼼하게 더듬어간다. 에우리디체를 불러내기 위해서? 아니, 그녀에 관한 한 나는 아직 아무것도 모른다. 내가 확실히 아는 것은 내가 지금은 이 어두움에 끝까지 성실해야 한다는 것뿐이다. 그리고 그것과 마주서는 나의 이 둔한 영장들에 대해서도
– 시니피앙의 편을 들며
작가 소개
독자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