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하는 나비

문학과지성 시인선 82

김정란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1989년 11월 20일 | ISBN

사양 신46판 176x248mm · 136쪽 | 가격 6,000원

책소개

시인은 잡답한 현실 속에서 붕괴되어가는 도시적 삶에 대한 발랄하고도 따뜻한 통찰을 보여준다. 그 통찰이 빚어낸 세계는 도시적 감수성과 여성적 섬세함이 풍요롭게 어울리고 있는 세계이다.

[시인의 산문]

채워넣어야 할 백지 앞에 마주 앉는다는 것은, 삶의 허망함 앞에 마주 앉는다는 것과 동의어이다. 나는 만년 전부터, 나의 일회의 삶을 거쳐, 또다시 또 다른 만년으로 끊임없이 출렁이는 이 허망함의 바다에 그물을 던진다. 제발, 나의 엉성한 그물, 시니피앙들만을 건져올릴 뿐인, 배은망덕한 그물이여, 도와다오. 이따금 始原의 번쩍이는 비늘의, 어둠을 배반하는 에우리디체의 영혼을 건져낼 수 있게 해다오.

어둠. 나는 언제나 어둠 속에 남아 있다. 그러나 눈여겨 보아주기 바란다. 내가 어둠 쪽에 아슬아슬하게 존재 거의를 집어던지는 까닭을. 나의 어둠에의 체류는 전략적이다. 나는 오르페우스이다. 나는 일단은 지옥의 길을 꼼꼼하게 더듬어간다. 에우리디체를 불러내기 위해서? 아니, 그녀에 관한 한 나는 아직 아무것도 모른다. 내가 확실히 아는 것은 내가 지금은 이 어두움에 끝까지 성실해야 한다는 것뿐이다. 그리고 그것과 마주서는 나의 이 둔한 영장들에 대해서도
– 시니피앙의 편을 들며

작가 소개

김정란 지음

1953년 서울에서 출생, 한국외국어대 불어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그로노블 3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상지대학교 인문대학 교수로 재직중이다. 1976년 『현대문학』지 추천으로 등단한 그녀는 시집 『다시 시작하는 나비』 『매혹, 혹은 겹침』 『그 여자 입구에서 가만히 뒤돌아보네』 등이 있으며 『람세스』 등의 번역서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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