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시인은 자연과 토속의 세계를 과거의 정물로서가 아니라, 오늘의 우리 삶의 양상으로, 훼손되고 더럽혀진 우리 생존의 토대로서 아프게 노래한다. 그러나 그의 노래는 순수하고 더 나은 삶에 대한 강렬한 소망을 담고 있다.
[시인의 산문]
마산으로 일터를 옮긴 지 2년째가 되었다. 일터 뒤로는 지역에 널리 그 이름이 알려진 만날재가 있어 가끔 오르기도 한다. 바다로 내려서던 무학산 자락이 슬쩍 되솟은 곳이다. 그 옆 비탈에는 그리 오래지 않은 듯싶은 작은 무덤들이 무리지어 돋아 있고, 그 아래 약수터가 있어 늘 물이 넘친다. 세상에 참 무덤도 많지만 이곳같이 물소리 함께 거느린 무덤들은 유별나다. 아마 무덤 속 누운 주검들은 복숭뼈가 하얗게 씻겨 있으리라. 아니면 가라앉은 도토리 묵처럼 가슴이 훌렁 비었든지. 묏등과 묏등 사이 발벋고 앉아 제법 달달한 그 물맛을 느끼면서 마산항을 한눈에 내려다보는 일은 흔치 않은 즐거움을 안겨준다. 그렇다. 죽음은 늘 턱없이 넘치려 하는 생각이나 부풀리고 싶은 느낌을 다독거려주는 힘이 있다. 그 죽음도 이렇게 나직나직 소리내며 사람들 사는 터로, 길로 비집고 흘러내리는 경우에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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