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이자 마지막 시집인 『입 속의 검은 잎』의 발간 이후 폭발적인 관심과 평가를 받아와 한국 시의 새로운 한 경향으로까지 자리잡은 기형도의 시와 소설, 산문 등을 모은 전집. 새로 발굴된 시편들이 첨가되어 있어 그의 문학이 갖는 미학적 시대적 의미를 본격적으로 맛볼 수 있다.
[간행사]
소년 시절과 청년 시절을 온통 문학에 대한 열정에 사로잡혀 살아온 사람으로서, 자기 손으로 직접 자기 글을 책으로 묶는 일만한 기쁨도 드물 것이다. 기형도는 그 기쁨을 누리지 못하고 이승을 떴다. 그리고 10년이 흘렀다.
시기가 적절하다고 여겨지는 이 시점에서, 박해현·박혜경·성석제·원재길 네 사람으로 기형도 전집 편집위원회를 구성하고 그 동안 그가 다른 사람들의 손을 빌려서 낸 책들을 한자리에 모으는 일을 하게 되었다. 유고 전집 편집 작업이라는 게 으레 그런 것이긴 하지만, 그가 활자화되는 걸 원치 않을 글들이 전집 속에 섞이는 일이 벌어질까봐 우려하는 마음이 우리 네 사람의 편집자를 끝까지 괴롭혔다.
이 전집을 읽는 독자들은 이런 문제에 유념해주었으면 한다. 만일 여러분이 편집위원이었더라면 절대로 포함시키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되는 글이 눈에 뜨일 땐, 가차없이 우리를 꾸짖어주기 바란다. 그럴 경우에 우리는 독자뿐 아니라 기형도에게도 동시에 용서를 구해야 옳을 것이다.
이 전집 출간을 계기로 해서, 앞으로 기형도의 문학을 좀더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작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기를 희망한다. 진정한 관심과 사랑이란 뜨거움과 차가움, 주관과 객관이 어우러졌을 때 한층 폭과 깊이를 더할 수 있다고 믿는 까닭에.
– 1999년 2월, 기형도 전집 편집위원회
[편집자의 말]
이 전집 작업은 이미 나와 있는 세 권의 책을 한데 묶음으로써, 이후의 독자와 연구자들에게 기형도 시인의 작품 세계에 용이하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자는 의도를 담고 있다. 또한 그의 나머지 유고를 일괄 검토하여, 작품성과 완결성을 지니고 있으나 그 동안 세 권의 책에서 누락되었던 작품을 추려냄으로써, 기형도 작품의 완결본을 내기 위한 목적을 지니고 있다.
지금까지 나온 기형도의 책은 모두 세 권이다. 첫번째 책은 시집 『입 속의 검은 잎』(문학과지성사)으로, 그가 유명을 달리한 해인 1989년 5월에 나왔다. 생전의 지인들과 유족 대표가 편집위원회를 구성하여, 이미 발표된 시에 미발표 시 일부를 선별하고 보태는 과정을 거쳤다.
두번째 책은 산문집 『짧은 여행의 기록』(살림출판사)으로, 1990년 3월에 나왔다. 역시 고인이 생전에 발표한 산문과 앞의 편집위원회가 추린 미발표 산문을 묶어서 낸 책이다. 마지막 책은 5주기가 되는 해에 나온 추모 문집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솔출판사)이다. 고인의 미발표 시 16편과 사진 자료, 생전에 고인과 가까웠던 문인들의 단편소설과 시, 그리고 평론을 담았다.
기형도의 10주기를 앞두고, 전집 간행을 위해서 작년 여름에 다시 편집위원회가 구성되었다. 작업에 들어가기에 앞서서, 문학과지성사는 산문집과 추모 문집을 펴냈던 출판사측에 양해를 구하여 동의를 얻는 절차를 밟았다. 이후에 편집위원들은 유족의 도움을 받아서 기형도의 미발표 작품을 한데 모아 검토하는 작업, 세 권의 책에 실린 작품들을 유고 원고와 대조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편집위원회는 이런 과정과 수차에 걸친 토론 끝에 이번에 시 20편과 단편소설 「겨울의 끝」을 새롭게 찾아내어 전집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기자 시절 썼던 기사와 다른 자료와의 관련성이 애매모호한 메모, 사적인 서간 등은 논의 끝에 제외했다. 기사는 기형도 시인이 쓴 글이긴 하지만 특정 신문사에 소속된 직업인으로 목적을 갖고 씌어졌다는 이유로, 메모는 자료로서의 가치가 희박하다는 이유로, 그리고 서간은 편지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는 뜻에서 이번 전집에서 제외할 수밖에 없었다. 훗날 다른 연구자들의 작업에 의해 이러한 자료들까지 면밀하고 광범위하게 수집되어 보다 완벽한 전집이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 전집은 시·소설·산문·자료순으로 구성되며, 시는 『입 속의 검은 잎』에 수록된 순서 그대로 맨 앞에,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에 수록된 시와 새로 찾아낸 20편의 미발표 시를 창작 연도순으로 그 뒤에 배치했다. 소설은 단편과 콩트순으로, 산문은 여행기·일기·당선 소감·시작 메모·작가의 말·서평순으로, 그리고 책의 맨 뒤에는 자료로서 연보, 발표 시의 연도 및 출전, 미발표 시 창작 연도, 시인에 관한 글과 시인을 모티프로 삼은 시의 목록을 실었다.
실망이 너무 컸다.
천재 운운하며 이 상님과 김 수영님에 비견하는 글도 읽었었기에 기대감이 데단했었는데, 작품을 읽으며 두드러지게 들어나는 시 문장에 불필요한 군더더기들 때문에 …
기 형도씨는 시인의 경지에 도달도 못했을 뿐만 아니라 시적 지식도 상당히 부족하다는 느낌이었다.
묘사와 서술로 일관하는 문장의 형태는 내포성 함축적이라는 약간의 제약성을 요구하는 시문장이라기 보다는 붓가는데로 자유롭게 쓰는 산문적 성향이 강했다.
시 문장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제대로 모르기에 그러한 오류를 범했을 것이고 그만큼 수준이 떨어지는 작품의 완성도일 수밖애 없었을 것이다.
안녕하세요?
기형도 전집 잘 읽었습니다.
유작시집 입속의 검은잎을 읽고 나서 기형도님의 여러글들을 읽고 싶었는데. 때마침 전집이 나오게 기쁘게 생각합니다.
영원히 닫힌 빈방의 체험이라는 해설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만,
유작시집엔 그만큼 어두운 분위기가 지배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 시집속에서 실날같은 희망의 빛을 볼수 있었습니다. 삶이 그렇게 절망적이지는 않다는 생각을 얻게됐습니다.
그리고 기형도 전집을 통해 기형도님의 여러글들을 읽게 됐습니다.
궁금했었던 기형도님의 이모저모도 알게 되었구요.
너무나 빨리 우리 곁을 떠나기에 더 아쉬운 시인가운데 한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울하지만, 그 속에 느껴졌던 희망…
기형도님의 시를 통해서 제가 느꼈던 부분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