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시인은 일상의 평이한 풍경 뒤에 숨어 있는 심상치 않은 장면들을 잡아낸다. 그 장면들은 관찰자로서의 시인의 시선의 위치와 깊은 관련이 있는데, 시인은 일상 안에서 살아가지만 그의 시선은 ‘구름’의 위치에 있다. 구름의 눈으로 사물을 포착하는 것이다. ‘구름’은 시인의 현재의 삶과 대척된 지점에 있는, 대척된 성질을 갖는 시인의 이상이며 시이다. 시인의 삶과 시선의 어긋남, 이 비틀림이 바로 이 시집의 전언이며 독특한 리듬을 낳는 모태이다.
[시인의 산문]
대열과 행렬이 아름다웠던 시절에도, 단 한 사람만이 아름다웠던 시절에도 나는 행복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영 불행해지지도 않았다. 여전히 그런 시절들은 유효하고, 나를 괴롭혔다. 말[言]들은 날이 갈수록 퍼들거렸으나 그것들은 대부분 육체와 무대를 갖추지 못한 데에 있었거나 아니면 거부한 곳에 있었다. 최상의 자리에 올려진 아름다움도 그저 그런 것이었고 돌이키면 내 말들은 다 거짓이었다.
밤사이 비가 그쳐 있다. 나는 내 삶을 제외한 모든 삶을 눈부셔했던 날들을 통화하여 또 나의 거짓과 사랑과, 서성임 그런 것들이 그대가 혼자 앉아 있는 책상에서 아무것도 방해하지 않는 정물로 낡아가기를 기다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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