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굴참나무숲에서 아이들이 온다』에서 시인의 목소리는 세계와 사물을 향해서 한껏 열려 있다. 시인의 시선은 너무나 투명하여 사물에 닿으면 시선은 사라지고 사물의 본 모습만이 오롯이 떠오른다. 그리고 시인의 귀는 툭 터져 있어 그 어떤 소리도 걸러내지 않고 온전한 소리를 듣는다. 이때 시인은 고독 그 자체이다.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시인은 고독이라는 말 안에 자신을 숨기고 지운다. 그리하여 세계와 사물은 이 고독을 향해, 이 고독 때문에 비로소 저 자신으로 빛난다.
[시인의 산문]
여러 산들이 앞서거니뒤서거니 하며 어둠 속으로 잠겨가듯 내 시의 모습들도 하나둘 시간의 장막 속으로 사라져간다. 한 세기가 가고 또 다른 세기가 오듯 상형 문자들이 빛을 잃고 시들어가듯, 나는 사라지는 내 시의 그림자들을 꿈결이듯 물끄러미 보고 있다.
이만쯤에서 나는 내 시의 로프줄을 끊어버리고 싶다. 창조적 정신을 잃고 관성에 의지하는 시라면 없는 이만 못하다. 그런 시들이 지상의 평화를 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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