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네 번째 시집인 『우리들의 음화』에서 시인은 기발한 상상력과 풍부한 언어적 감성으로 현실의 단면을 그림처럼 다채롭게 보여준다. 탄력적인 그의 시는 때로는 기이하고 때로는 즐겁다. 그러나 그 즐거움은 고통에 닿았다가 반사적으로 튕겨나오는 즐거움이며 세계에 대한 반성적 인식의 정점에 아슬아슬하게 다가가는 긴장에서 솟아나는 열망이다.
[시인의 산문]
시인은 자신의 아픔을 모셔놓고 그 아픔을 향해 춤을 추는 사람이다. 시인은 자신의 아픔을 몸 속에 넣어놓고, 모시고 얼르고 놀아주고 축제를 벌여주며 때맞춰 제사지내는 사람이다. 시인은 그 아픔이 싫어 도망가다 도망가다 병든 사람이지만 그 아픔을 제 서방보다 귀히 여기는 사람이다. 시인은 밤이면 밤마다 어둠 붙여들고 아품 맞으러 산에 오르는 사람이다.
그러나 시인은 제 아픔의 신은 뼛속에 감춰두고 다른 사람의 아픔을 얼르는 사람이다. 누구의 눈에도 보이진 않지만 시인의 눈에는 빠안히 보이는 병든 귀신들을 얼르고 놀아주다 저 멀리로 보내는 사람이다. 아픈 자였으나 아픔을 감춰두고 핏발선 눈으로 다른 사람의 아픔과 죽음을 놀아주는 사람이다. 아픔의 핵을 신처럼 받들어 들고 그 아픔의 핵인 입술로 사람의 아픔을 위로하고 어루만지며 책망하고 갈망하는 사람이다. 그것을 노래로 하는 사람이다.
작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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