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지성시인선’은 1977년에 시작되어 14년 만인 1990년에 99권에 이르게 되었다. 100권째인 이 시선집은 그 99권의 시인들 60명의 작품들을 뽑은 것이다. 우리는 이 시선집에서 지난 한시대 동안의 다양하고 발랄했던 우리 시의 흐름을 한눈으로 바라볼 수 있으며, 무엇이 왜 좋은 시인가를 이해할 수 있으며 시인들은 어떻게 자신의 삶과 이 세계의 어지러움과 싸우며 시적 언어로 표현하는가를 짚어볼 수 있을 것이다.
[시인의 산문]
결국 폭력은 한 시대를 휘젓는 것처럼 보이지만, 역사의 가는 길을 방해하지는 못한다. 폭력으로 인하여 사람들의 마음이 이상하게 왜곡되고, 움츠러들면서 자기 중심적으로 치닫거나 자기 보호에 급급해 보이지만, 여전히 사람들의 마음은 열려 있다. 어떤 시인은 매개된 언어를 뒤비틀어버림으로써 그 현실을 뒤집어보고자 한다. 어떤 시인은 또 담담한 말씨로 폭력화된 세계를 냉정하게 다시 한번 소개하기도 하며, 어떤 시인은 또 담담한 말씨로 폭력화된 세계를 냉정하게 다시 한번 소개하기도 하며, 어떤 시인은 그것마저 힘겹게 감싸안으려고 한다. 그 모두 열려진 마음들 속에서 울려나오는 반응들이다.
그러나 역시 폭력은 아프고, 사랑은 따뜻하다. 이 세상은 사랑으로 만들어졌는지 모르나, 세상에는 사랑 대신 폭력이 범람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 무엇으로도 다시금 회복될 수 없어 보이는 이 자리에 시가 있다. 시가 없다면 그 자리에 있는 것이 시가 아니라면 시로 만들어야 한다. 시는 언제나 사랑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폭력으로 떨어진 세상은 시를 통해 구원의 지평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 김주연의 해설 「전통 파괴와 새로운 사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