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 눈 속의 연꽃

문학과지성 시인선 97

황지우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1994년 10월 15일 | ISBN 9788932004815

사양 신46판 176x248mm · 149쪽 | 가격 12,000원

수상/추천: 현대문학상

책소개

네 번째 시집인 『게 눈 속의 연꽃』에서 그는 현실의 방법적 재현이라는 그전 시의 일관성 속에서 조심스러운 변모를 탐색하는데, 그 변모는 현실과 초월 사이의 갈등을 끌어안으면서, 그 갈등을 뛰어넘어 이르는 화엄의 세계를 지향한다. 그러나 그는 피안을 소망하는 것이 아니라 아픔과 분노, 싸움과 갈등의 이 세계 속에서 연꽃과 같은 아름답고 순수한 세계를 치열하게 피워올린다. 그의 시는 진흙탕 속에서 화엄의 꽃이 피듯이 현실의 세계와 화엄의 세계를 끊임없이 왕복하는 과정 속에 어느 순간 그 두 세계의 경계를 지우고 있는 것이다.

[시인의 산문]

사람들은 희망한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거짓말한다. 나는 폐인이 되고 싶다. 나는 완성하고 싶다.

희망의 대답은 대개 둘 중의 하나다, 즉 길흉 중의 하나이다. 이 사람을 다시 살고 싶다고 후회할 때, 그때는 이미 삶을 상당히 살아버린 뒤이다. 거짓말은 끊을 수 없는 유혹이어서 세상에서 가장 후진 골목 끝에는 대개 점치는 집이 있다. 나는 철학자를 경멸한다. 그러나 어떤 유행가 가수에 대해서는 질투를 느낀다.

그대 몸 속 한가운데에 내부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입에서 항문까지 그 꾸불꾸불한 길은 외부이다. 그러니까 삶은 거듭되는, 커다란 ‘빵꾸’이다. 구린내도 자주 맡으면 향기롭지 않는가, 된장처럼. 혼자 엎드려 토할 때의 그 많은 회환 : 다리 난간을 부수고 강물에 꼴아박은, 종이처럼 구겨진 버스를 기중기가 들어올린다. 물을 줄줄 흘리며 검은 개가 하늘에 매달려 있다. 어찌할꼬, 어찌할꼬.

나는 허수아비의 허수아비까지 보고 싶어한다. 쇼 윈도 속의 캐피탈, 허공꽃. 유리창의 허공꽃을 보고 찾아온 호박벌, 투명한 한계에 날개를 때리며 잉잉 운다. 여기가 바로 바깥인데 왜 안 나가지냐.

나는 이 무질서를 택했다.

작가 소개

황지우 지음

시인 황지우는 1952년 전남 해남에서 출생, 서울대 인문대 미학과를 졸업했다. 1980년 「연혁(沿革)」이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입선하고 「대답 없는 날들을 위하여」 등을 『문학과지성』에 발표하며 시단에 나왔다. 시집으로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 『나는 너다』 『게 눈 속의 연꽃』 『어느 날 나는 흐린 酒店에 앉아 있을 거다』와 시선집으로 『성(聖)가족』 『바깥에 대한 반가사유』 등을, 그 외 시극 『오월의 신부』, 산문집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호』 등을 펴냈다. 김수영문학상(1983) 현대문학상(1991) 소월시문학상(1994) 대산문학상(1999) 백석문학상(1999) 옥관문화훈장(2006)을 수상했다. 한신대학교 문예창작과를 거쳐 1997년부터 현재까지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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