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시인은 첫 시집 『서울에서 사는 평강공주』에서 따뜻함과 셈세함이 배어 있는 잔잔한 시 세계를 펼쳐보인다. 대상에 대한 깊은 사랑에서 솟아나는 따뜻함과 그 사랑에서 생명의 율동을 찾아내는 섬세함으로 인해 그의 시는 가난과 외로움·슬픔·아픔·헤어짐을 주조로 하면서도 밝고 아름답다.
[시인의 산문]
내 추억의 문을 열면 온통 물빛이다 청량한 슬픔들이 다투어 흐르고 나를 끌어 오손도손 흐르게 한다. 그래 나는 그렇게 살아왔지 내게 있어서의 슬픔은 취미나 기호 식품인지도 몰라 가슴에 스미면 황홀하기까지 하는. 나는 행복한 아이였지 목소리며 눈빛이며 아 그대가 그리워 나는 내 아픔보다는 이웃의 아픔에 목이 메어 울 수 있을 만큼 바보인 적이 있었지 꾀꼬리나 종달새처럼.
그런데 지금이 문제다 커다란 기쁨 한 덩어리와 팥알만한 슬픔 한 알을 곁들여준다고 말하면 둘 다 사양하고 싶을 만큼 나약해졌다 퀭한 두 눈에 느닷없이 뜨겁게 고여오는 축축한 물기는 누군가를 당황하게 한다 퇴행성일까
이마에 숨어 피기 시작한 기미는 혹 내가 숨겨온 내 생의 비밀이거나 죄의 뿌리가 아닐는지 더 이상은 숨어서 뻗어내릴 자리가 없어진 너는 이마부터 점령하여 눈이며 코 입술 턱까지 덮어 나를 아주 데려갈지도 몰라 아름다운 그대 슬픔의 무덤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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