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일곱 번째 시집 『몰운대행』에서 황동규는 또 한번의 변신을 보여준다. 이 시집은 그의 ‘여행시’의 절정이며 동시에 그의 ‘극서정시’ 미학의 구체적인 모습인 것이다. 이 변신은 세상 사는 일이 무거울수록 가볍게 살아가려는 정신에서 이룩된다.
[시인의 산문]
행복이 없을 때 정말 행복해질 수 있다. 피하던 감기가 걸렸을 때 비로소 감기에서 해방된다.
베란다에서 살던 화초들을 거실로 들여놓을 때가 되었다. 아직 십일월 20일인데도 일기예보에 의하면 내일 아침엔 영하 5도. 문주란, 소철, 유도화, 귤, 관음죽 등등 큰팽이박까지 다 들여놓았다. 다만 단풍나무 분과 느티나무 분만은 원래 밖에서 겨울을 나는 수종(樹種)이고, 그래도 유리 한 장이 막아주고 있으니 좁은 거실인 만큼 나중에 들여놓자고 남겨두었다. 아침에 깨어 보니 그 두 분도 거실에 들어와 앉아 있었다. 아내가 말했다. 둘만 남기면 외로울 것 같아서 들여놨지요.
이즘에 와서 피부에 닿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이 아니고 삶의 존엄이다. 최근에 피부가 민감해졌다.
불행의 뒷문은 행복이다. 단 뒷문이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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