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집에서 그는 모든 것이 물질화되고 상품화된 산업 사회의 구조를 그 대표적 산물인 비디오의 속성을 통해 보여준다. 그의 시에서 세계는 기계에 의해 낳아지고, 배설되고, 쾌락을 얻고, 교통되는 인성이 파괴된 절망적인 모습으로 드러난다. 그러나 그 절망적인 세계는 그의 시의 진정성을 통해 희망을 향해 열려 있다.
[시인의 산문]
‘도시시’는, 후기 산업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파행적 정치 상황의 폐해가 매독처럼 번져가고 있는 왜곡된 현실을, 왜곡되게 드러낸 ‘해체시’와는 달리, 한 편의 시가 구체적으로 사회 변혁에 복무할 수 있는 전위적 수단으로 쓰여지기를 원하는 ‘실천’ 계열의 노동시·민중시·정치시와도 또 다르게, 존재의 가치와 세계의 의미를 포괄적으로 조망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쓰여지고 있는데, 산업 혁명이 이후, 생산·소비의 노동력이 확대 재생산되는 공간으로서 사회 발전의 구심점 역할을 수행해온 도시의 기능과 성격에 대해서는 보다 정치한 분석이 필요한 것이겠지만, 각종 기능의 분업화가 진전됨에 따라 증가된 도시의 흡인력에 의해 우리의 생활 공간은 거대 도시로 발전하게 되었다. 특히 도시 자본의 농촌 침투에 의한 농촌 경제의 피폐화와 농민층 분해 현상으로서 도시로 유입된 도시 빈민의 양산 및 분배의 불균형, 익명성을 보장하는 거대 도시 공동체의 구조적 모순 속에서 극단적 폐쇄성을 노출하고 있는 개인주의적 사고, 인간 소외, 도시 범죄 및 환경 파괴, 섹스와 스포츠의 범람에 의한 쾌락주의적 생활 양식 등은 삶의 의미에 대한 깊은 통찰을 마비시키고 있다. ‘비디오’는, 참담한 우리의 일상을 숨김없이 드러내는 표현 양식의 하나로서, ‘일상적 초월’ 의지로 ‘도시적 신화’를 창조하기 위한 매개물이라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