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시집인 이 시집에서 그는 섬세한 관찰과 돋보이는 상상력으로 동물에 대한 독특한 이미지를 구축한다. 그는 주로 동물의 움직임·생김새·본능적 욕구 등을 통해 그것의 약동하는 생명의 힘을 표현하면서, 또한 탁월한 감각적 이미지로 동물의 본성과 인간의 본성을 연결시킨다. 그럼으로써 시인은 타성에 길들여진 정태적인 인간의 배면에 숨겨져 있는 원초적인운동성과 원시적인 생명성을 길어올린다.
[시인의 산문]
한때 땅 위에 살았던, 이젠 더 이상 지상에 존재하지 않는 무수한 생명체들은 어디로 갔을까? 정말 없어져버린 것일까? 숨을 쉬어보면 그들이 어디로 갔는지 알 것도 같다. 내 몸 속의 공기들을 내보내고, 이미 누군가의 허파를 지나왔던 공기를, 짐승의 내장과 나무의 수액을 지나왔던 공기를, 변소와 하수구와 자동차 배기통에 있던 공기를 들이마시면 없어졌던 그 모든 것들이 느껴진다.
공기 속에 가득한 이 먼지들은 무엇인가? 한때 땅 위에 살았던 사람들과 동식물들의 풍화된 모습이 아닌가? 같은 시대에 살았다면 사랑했을지도 모를, 얘기하고 만지고, 그 눈동자만 생각해도 온몸에 열이 나고 떨렸을 어떤 아름다운 몸을 내가 지금 마시고 있지 않은가?
하루하루 비듬이 떨어져나가듯 생명은 닳고 있다. 닳아서 체온과 목소리와 슬픔과 함께 먼지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자기가 밟아 죽였던 벌레의 풍화된 먼지와 사이좋게 섞여서, 한때 화장을 하고 보디 빌딩을 하고 옷을 입어 가꾸던 몸뚱어리들은 다시 누군가의 코와 입으로 노래와 욕설 속으로, 햇빛과 새벽 공기 속으로, 매연과 배설물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