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들은 혼자서도 소리를 친다

문학과지성 시인선 6

김형영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1979년 10월 25일 | ISBN 9788932000855

사양 신46판 176x248mm · 99쪽 | 가격 5,000원

책소개

절약의 언어 속에 전래의 숙명적인 인과(因果), 토속적인 시선을 보여주는 그의 시는 깊이 은닉되어 있는 한국어의 서정을 바로 그 서정적 구조 속에 용해하면서 응혈의 시학을 전개하는 독특한 힘으로 주목받아왔다. 그의 두 번째 시집인 이 시집은 이러한 시의 경향을 잘 드러낸다.

[시인의 산문]

새벽이었다, 나는 오줌이 마려워 밖으로 나왔다. 밖은 찬바람이 아직 남아 있었다. 나는 얼른 방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그런데 부엌으로부터 한 줄기 불빛과 함께 가느다란 중얼거림이 새어나오는 불빛을 밀어넣으면서 무슨 일인가 하고 부엌 안을 쳐다보았다. 거기에는, 부엌 벽에 조그만 제단을 만들어 그 위에 정한수 한 그릇과 촛불을 켜놓고 비슷비슷한 말은 따라 계속해서 손바닥을 비벼대는 어머니의 무릎 꿇은 모습이 있었다. 그리고 나는 어머니가 조왕신께 내 무병장수를 빌고 계신다는 걸 알게 되었다. 당신이 아는 가장 순수한 말, 그런 말이 아니면 조왕신은 알아들을 수 없기나 한 듯이 어머니는 마음속 깊숙이서 그런 말들을 꺼내어 조왕신께 바치고 계셨던 것이다.

문학에 뜻을 두고, 그것도 詩라는 걸 쓰기 시작하면서 나는 내 마음속 후미진 곳에 제단 하나를 만들어놓게 되었는데, 그건 아마도 이 어렸을 때 부엌문 틈으로 어머니에게서 배운 것일 것이다. 아무튼 나는 지금도 내 제단 위에 소중한 것들을 올려놓고 내가 배운 말 가운데서 가장 순수한 말을 그것들 앞에 바치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나의 살아가는 이유이고 아픔이기 때문이다.

작가 소개

김형영 지음

시인 김형영은 1944년 전북 부안에서 태어나 1966년 『문학춘추』 신인 작품 모집, 1967년 문공부 신인예술상에 각각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칠십년대’ 동인으로 활동했다. 시집 『침묵의 무늬』 『모기들은 혼자서도 소리를 친다』 『다른 하늘이 열릴 때』 『기다림이 끝나는 날에도』 『새벽달처럼』 『홀로 울게 하소서』 『낮은 수평선』 『나무 안에서』 『땅을 여는 꽃들』 『화살시편』, 시선집 『내가 당신을 얼마나 꿈꾸었으면』, 한영 대역 시집 『In the Tree』가 있다. 현대문학상, 한국시협상, 한국가톨릭문학상, 육사시문학상, 구상문학상, 박두진문학상, 신석초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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