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마을에서

문학과지성 시인선 22

최하림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1982년 10월 5일 | ISBN 9788932001517

사양 신46판 176x248mm · 117쪽 | 가격 5,000원

책소개

『작은 마을에서』는 원숙한 목소리를 통해, 그가 한결같이 추구해온 시적 주제와 방법론이 잘 결합된 그의 탁월성을 재확인시켜준다. 그의 주제는 한에 어린 인간의 삶과 그것을 풀지 못하게 하는 현실의 죄어듦이고, 그의 방법론은 그럼에도 그 주제가 시적 승화를 얻어야 한다는 언어적 탐구이다. 이런 그의 특성 때문에 그의 시가 보다 잘 읽혀져야 할 독자성을 이번 그의 시집은 확실히 보여준다.

[시인의 산문]

나는 시의 진실이라든가, 근원적인 존재의 모습을 드러내는 형식으로서의 시라는 말을 믿지 않는다. 시의 가장 큰 특징은 오히려 배반성에 있는 것 같다. 가슴에 차오르는 말들을 백지에 옮기려 할 적마다 ‘가슴의 말’들은 달아나버린다. 그리하여 나는 다시 도망간 말을 찾아서 몇날 며칠 헤매다녀야 한다.

恨도 그와 같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그들의 한을 풀기 위해 돈을 모으고 출세를 하는 것이지만, 한이 해소되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한은 탄탈로스의 심연처럼 다시 차올라 그의 심혼을 지배해버린다. 한을 풀려고 하는 행위는 그것이 다시 차오르리라는 확실한 예감 앞에 고통스럽게 있다. 기독교식으로 말하자면 인간의 불완전을 인식하지 않을 수 없는 ‘간극’을 사이에 두고 있다.

만약 한이 해소될 수 있다고 한다면 신도 신화도 다시 존재할 필요가 없을 것이고, 마찬가지로 고통의 시도 존재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만약에 하나의 신, 하나의 시만이 있다고 하면 세상은 얼마나 쓸쓸할 것인가.

한 나무만이 벌판에 있다면 그 벌판은 얼마나 쓸쓸할 것인가.

한 사람만이 있다면…… 한 별만이 있다면……

오오 고통의 행복이여. 고통을 행복으로 만드는 사람의 가련한 애씀이여.

작가 소개

최하림 지음

1939년 전남 목포에서 태어났다. 1960년대 김현, 김승옥, 김치수와 함께 ‘산문시대散文時代’ 동인으로 활동했으며, 1964년 「빈약한 올페의 회상」이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시집 『우리들을 위하여』 『작은 마을에서』 『겨울 깊은 물소리』 『속이 보이는 심연으로』 『굴참나무숲에서 아이들이 온다』 『풍경 뒤의 풍경』 『때로는 네가 보이지 않는다』와 시선집 『사랑의 변주곡』 『햇볕 사이로 한 의자가』, 판화 시선집 『겨울꽃』, 자선 시집 『침묵의 빛』 등이 있으며, 그 밖의 저서로 미술 산문집 『한국인의 멋』, 김수영 평전 『자유인의 초상』, 수필집 『숲이 아름다운 것은 그곳이 비어 있기 때문이다』, 최하림 문학산책 『시인을 찾아서』 등이 있다. 제11회 이산문학상, 제5회 현대불교문학상, 제2회 올해의 예술상 문학 부분 최우수상을 수상하였다. 2010년 4월 72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독자 리뷰

독자 리뷰 남기기

3 + 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