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마을에서』는 원숙한 목소리를 통해, 그가 한결같이 추구해온 시적 주제와 방법론이 잘 결합된 그의 탁월성을 재확인시켜준다. 그의 주제는 한에 어린 인간의 삶과 그것을 풀지 못하게 하는 현실의 죄어듦이고, 그의 방법론은 그럼에도 그 주제가 시적 승화를 얻어야 한다는 언어적 탐구이다. 이런 그의 특성 때문에 그의 시가 보다 잘 읽혀져야 할 독자성을 이번 그의 시집은 확실히 보여준다.
[시인의 산문]
나는 시의 진실이라든가, 근원적인 존재의 모습을 드러내는 형식으로서의 시라는 말을 믿지 않는다. 시의 가장 큰 특징은 오히려 배반성에 있는 것 같다. 가슴에 차오르는 말들을 백지에 옮기려 할 적마다 ‘가슴의 말’들은 달아나버린다. 그리하여 나는 다시 도망간 말을 찾아서 몇날 며칠 헤매다녀야 한다.
恨도 그와 같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그들의 한을 풀기 위해 돈을 모으고 출세를 하는 것이지만, 한이 해소되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한은 탄탈로스의 심연처럼 다시 차올라 그의 심혼을 지배해버린다. 한을 풀려고 하는 행위는 그것이 다시 차오르리라는 확실한 예감 앞에 고통스럽게 있다. 기독교식으로 말하자면 인간의 불완전을 인식하지 않을 수 없는 ‘간극’을 사이에 두고 있다.
만약 한이 해소될 수 있다고 한다면 신도 신화도 다시 존재할 필요가 없을 것이고, 마찬가지로 고통의 시도 존재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만약에 하나의 신, 하나의 시만이 있다고 하면 세상은 얼마나 쓸쓸할 것인가.
한 나무만이 벌판에 있다면 그 벌판은 얼마나 쓸쓸할 것인가.
한 사람만이 있다면…… 한 별만이 있다면……
오오 고통의 행복이여. 고통을 행복으로 만드는 사람의 가련한 애씀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