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단작으로 처녀 시집의 제목을 삼은 『이 시대의 사랑』에서 그는 정통적인 수법으로는 감당할 수 없었던 뜨거운 비극적 정열을 뿜어 올리면서 이 시대가 부숴뜨려온 삶의 의미와 그것의 진정한 가치를 향해 절망적인 호소를 하고 있다. 이 호소는 하나의 여성이기에 앞서 인간으로서의 사랑과 자유로움을 위한 언어적 결단이기도 하다.
[시인의 산문]
상처받고 응시하고 꿈꾼다. 그럼으로써 시인은 존재한다. 그는 내일의 불확실한 희망보다는 오늘의 확실한 절망을 믿는다. 그리하여 시는 어떤 가난 혹은 빈곤의 상태로부터 출발한다. 없음을 뚫어지게 바라보면서, 없음의 현실을 부정하는 힘 또는 없음에 대한 있음을 꿈꾸는 힘, 그것이 시이다. 그 부정이 아무리 난폭하고 파괴적인 형태를 띤다 할지라도 그것은 동시에 꿈꾸는 건강한 힘이다. 그리하여 가난과, 그 가난이 부정된 상태인 꿈 사이에서 시인은, 상처에 대한 응시의 결과인, 가장 지독한 리얼리즘의 산물인 상상력으로써 시를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로써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밥벌이를 할 수도 없고 이웃을 도울 수도 없고 혁명을 일으킬 수도 없다. 다만, 다른 사람들이 배고파 울 때에 같이 운다든가, 다른 사람들이 울지 않을 때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감히 울어 버릴 수 있다는 것뿐이다. 시인이 할 수 있는 소위 가장 건설적인 일은 꿈꾸는 것이 고작이며, 그것도 아픔과 상처를 응시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부정의 거울을 통해 비추이는 꿈일 뿐이다.
차례
시인의 말
제1부 1981년 1월~6월
일찍이 나는
개 같은 가을이
사랑 혹은 살의랄까 자폭
해남 대흥사에서
네게로
여자들과 사내들
다시 태어나기 위하여
나의 詩가 되고 싶지 않은 나의 詩
두 편의 죽음
버려진 거리 끝에서
꿈꿀 수 없는 날의 답답함
올여름의 인생 공부
삼십 세
과거를 가진 사람들
어느 여인의 종말
슬픈 기쁜 생일
청파동을 기억하는가
우우, 널 버리고 싶어
제2부 1977년~1980년
비 오는 날의 재회
첫사랑의 여자
선잠
가을의 끝
사랑받지 못한 여자의 노래
내 청춘의 영원한
이제 나의 사랑은
크리스마스이브의 달
버림받은 자들의 노래
밤
장마
북
허공의 여자
청계천 엘레지
부질없는 물음
외롭지 않기 위하여
술독에 빠진 그리움
너의 약혼 소식을 들은 날 너에게
시인 이성복에게
외로움의 폭력
제3부 1973년~1976년
부끄러움
내력
봄밤
황혼
사랑하는 손
잠들기 전에
이 시대의 사랑
편지
수면제
억울함
비․꽃․상처
무서운 초록
새
자화상
너에게
걸인의 노래
만리포 마카로니 웨스턴
불안
해설 | 사랑의 방법 (김치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