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이 시집에서 원숙함이 가져다준 맑고 투명한 언어로 사소한 일상이나 하찮은 물건에서 존재론적 성찰을 끌어내는 깊이 있는 시세계를 보여준다. 그리하여 그의 시는 고국의 현실에 대한 그의 천착과 미국에서의 그의 삶의 외로움이 깊이 얽혀 있으며 그의 고국에 대한 그리움 또한 그의 존재론적 직관 속에 자연스럽게 배어 있음을 보여준다.
[시인의 산문]
세상살이에서는 착하게 살려는 사람이 더 고통받고, 바르게 살고 싶어하는 사람이 더 힘들게 살고, 책임 있게 살려는 사람이 오히려 억울하게 되는 때를 많이 본다. 나는 그들의 쓰리고 아픈 상처를 조금이라도 위로해줄 수 있는 시를 쓰고 싶은, 건방지지만 간절한 소원을 아직 가지고 있다.
시를 쓴다는 것은, 자신이 인간으로 자유롭다는 것을 스스로 일깨우고, 자기 감성의 자유로움을 즐기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자유의 귀함과 필연성을 위해서 나는 자주 내 자신의 생각과 행위를 정리해보는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할 것 같다.
지구의 어느 편이 아니고, 이 지상의 모든 것을 항상 온몸으로 고마워하며 살아가는 사람을 가끔 만날 수 있다는 기대와 기쁨. 그리고 그 감동의 시간!
나는 내 시가 없어지기를 바란다. 내 시를 누가 먹어버리거나, 숨쉬어버림으로 없어져버렸으면 좋겠다. 물론 그래서, 내 시가 잠시만이라도 그 사람의 몸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름다운 항아리같이 언제나 적당한 거리를 두는 정물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중에, 아무도 돌보아주지 않은 무덤같이 혹은 은퇴한 뒷골목의 권투 선수같이, 으스스하고 생소한 분위기를 미리 기억해두지 않아도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