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붕거리는 추억의 한때

문학과지성 시인선 108

장석주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1991년 10월 30일 | ISBN 9788932005157

사양 신46판 176x248mm · 131쪽 | 가격 9,000원

책소개

이 시집은 전체성에 함몰된 인간의 몰개성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의 단절, 삶의 불연속성 등을 내면화하여 어둡고 메마른 풍경들로 보여준다. 그러나 시인은 그러한 사막·황사·쓸쓸함의 이미지에 숲·새·아이를 씻기는 여자 등의 이미지를 힘겹게 대비시키고 비벼 넣음으로써, 그 황량함의 풍경을 조금씩 해체시켜나가는 치열함을 보여준다.

[시인의 산문]

사람은 태어나서 사랑하고 괴로워하다 죽는다. 그것이 삶이다. 구구절절이 풀어놓으면 끝이 없으면서도, 또 단 한 줄로 요약될 수 있는 게 삶이다. 단 한 줄로 요약될 수 있는 그것보다 더 위대한 시는 없다. 시는 궁극의 요약을 지향한다. 더는 요약할 수 없는 요약까지 나아가야 한다. 시인들은 아마도 누군가 이미 발견해낸 요약이란 무효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인 모양이다. 이제까지 많은 위대한 시인들의 탁월한 요약들이 있었다. 그런데도 또 다른 요약을 발견해내기 위해서 세속의 공명과 부귀영화를 버리고 길떠난다. 새로운 시인이란 새로 길떠난 자들의 이름이다. 대체로 시쓰기란 실패가 예정된 끝없는 헤맴이다. 결국 ‘태어나서 사랑하고 괴로워하다가 죽는다’로 귀착된다. 삶의 내면엔 구멍들이 숭숭 뚫려 있다. 그 구멍들은 존재의 헛됨과 무의미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어쨌든 그 구멍들을 한번 메워보자고 시작한 것중의 하나가 시다. 그러나 그 구멍들 또한 쉽게 메워질 수 없는 숙명성을 갖고 있다. 그 구멍은 메우려고 하면 할수록 한없이 커지는 이상한 성질을 가졌다. 그러니까 누구도 그 구멍을 완전하게 메워볼 도리는 없는 것이다. 메워보려는 의지와 메워지 않는 숙명성 사이에 끼어 시는 꽤나 난처한 낯빛을 하고 있기 일쑤이다. 그런데 모든 구멍을 메워보려는 의지는 다름아닌 그 구멍으로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이다. 이 역시 그 구멍에서 솟아난다. 시는 제가 솟아난 구멍을 메워보려고 생겨나는 것이다. 그 구멍은 비 오는 날 머리를 한없이 무겁게 하는 쓰라린 지식들과 상관없는 느낌들의 심연, 육체의 사고가 고여 있는 곳이다. 그 고임이 넘칠 때 시가 탄생한다.

작가 소개

장석주 지음

충남 연무에서 출생, 1975년 『월간문학』에 「심야」라는 시를 발표하고, 197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면서 시작 활동을 시작했으며, 같은 해 동아일보에 문학평론이 입선하면서 평론 활동도 하고 있다. 시집으로 『햇빛사냥』 『완전주의자의 꿈』 『그리운 나라』 『새들은 황혼 속에 집을 짓는다』 『어떤 길에 관한 기억』 『붕붕거리는 추억의 한때』 『크고 헐렁헐렁한 바지』 등이 있고, 평론집으로 『한 완전주의자의 책읽기』 『비극적 상상력』 『세기말의 글쓰기』 『문학의 죽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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