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첫 시집 『햇빛이 있다』에서 그는 사람의 상태에서 식물의 상태로 몸바꿈하려는 욕구, 사람의 상태에서 짐승의 상태로 몸바꿈하려는 욕구, 그리고 그 몸바꿈을 자제하는 욕구를 끊임없이 보여준다. 아니, 보여준다기보다 그런 상황을 치밀하게 그리고 있다. 그것은 몸바꿈의 주체가 나타나지 않는, 혹은 나타남을 지우는 독특한 그의 문체와 어우러져 어떤 형상이 없는 눈길·몸짓·숨·뒤척임 등의 형상 이전의 세계를 지향한다.
[시인의 산문]
당신에게 드릴 말이 없습니다. 숨막힐 듯 닫힌 시간과 끊임없이 뒤틀리는 움직임의 냄새를 맡으며, 폐허의 주저앉은 편안함을 떠올립니다. 눈과 귀, 코에까지 가득 차오는 꼴과 짓의 엉킨 흔적에서, 못다한 말, 목메인 소리를 비명처럼 듣습니다. 겉도는 숨이 잠처럼 하루하루 커집니다. 깰 수 있는 꿈이기에 악몽을 잡고 있다고 생각지는 마십시오. 잠드는 몸짓, 잊히는 눈짓을 아프게 봅니다.
모여 있는 불빛에서 한 걸음쯤 비껴 빠져나와 발소리만 크게 들으며 걷는 걸음도 차라리 춤일 수 있다고 느낍니다. 남겨진 말, 남은 몸짓은 이해할 수 없는 게 아니라 익숙하지 않을 뿐이라고 생각해봅니다.
해가 사라져도 햇빛을 시리게 보여주는 어둠, 그 곁에서 식물이 자라는 소리를 듣고 싶습니다. 까마귀의 눈보다 낙타의 발을 느끼고 싶습니다. 어느 때쯤 , 당신이 받을 수 있는 눈짓을 보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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