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집은 연변의 교포 시동인인 ‘오월시회’의 회원들의 작품집이다. ‘오월시회’는 1991년 8월 사단법인체로 정식 등록하여 발족된, 회원 50여 명의 교포의 유일한 시동인 단체다. 이들은 스스로를 제3대 조선족 시인 세대임을 자부하고 있으며, 이른바 사회주의 리얼리즘을 방법적으로 극복하면서 다양한 시적 가치를 추구하는 특색을 보인다. 소박한 모국어와 전통 속에서 떠나온 고국을 그리워하고 혹은 분단된 조국의 비극을 슬퍼하며 점차 일기 시작하는 산업화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드러내기도 함으로써 선배 세대들과 다른 서정성과 내면성을 강하게 일구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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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산문]
지금 연변 명동촌 뒷산에는 참나무가 늠름히 자라고 있다. 나무가 아니라 한 편의 신화가 자라고 있다.
“저 나무들을 못 죽임네다.” 마을 노인들의 말이다. 그 나무들은 벌써 몇 번이나 도끼와 톱에 몸뚱이가 뭉청 잘려나갔으나 이듬해 봄이 되면 밑둥아리로부터 나무가 또 자라기 시작한다고 한다. 뿌리가 살아 있었기에 나무는 죽지 않는다. 아, 얼마나 소중한 뿌리인가……
30년대 유명했던 명동촌. 지금 명동학교 옛 터는 밭고랑에 찢어진 아픔을 길게 토한 채 쓸어져 있고 윤동주 시인의 생가 또한 쑥밭된 슬픔 속에 그 무엇인가를 추억하고 있다. 「푸른 하늘 우러러 한 점의 부끄럼 없기를」소원한 그 뜨거운 마음과 「선구자」노래 속의 발자취를 오늘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이 땅에 반세기란 세월이 흘러갔다.
역사의 이 땅에 우리 젊은 세대는 무엇을 심을 것인가?
저 명동의 참나무가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