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이번 시집에서 그는 독특한 가락으로, 누추하고 쓸쓸한 마음에 대해 노래한다. 그의 마음 시편들은 사라져가고 버림받고 외롭고 죽어 있는 모든 마음들을 따뜻한 모성의 육체로 애무하고 품는다. 그리하여 그의 시는 이 세상의 긁히고 갈라지고 부러진 남성성을 탁월한 여성성의 이미지로 잉태한다.
[시인의 산문]
악기만 남고 주법은 소실되어버린 공후를 본다. 만 남고 用은 사멸되어버린 악기, 썩어 없어질 몸은 남고 썩지 않는다는 마음은 썩어버린 악기.
악기는 고정된 세계의 현현이다. 주법은 이 현현을 허물어뜨리려 한다. 그러나 주법은 진동의 미세한 입자를 시간 속에 끼워넣으며 악기의 경계와 세계 속의 경계를 건드릴 뿐인데 이 건드림, 이 건드림이 직조해내는 무늬, 진동의 미세한 입자들이 뿜어내는 숨과 그 숨의 웅숭거림이 천변만화해내는 세계,
나는 마음이 썩기를 원한다. 오로지 몸만 남아 채취되지 않기를, 기록되지 않기를, 문서의 바깥이기를.
이것이 마음의 역사이다. 그 역사의 운명 속에 내 마음의 운명을 끼워넣으려 하는 나는 언제나 몸이 아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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