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그는 첫 시집 『지독한 사랑』에서, 나의 몸이 타자의 몸에 최대한 가까이, 그리고 결국에는 한몸에 이르고자 하는 열망을 보여준다. 그 육체적 열망은, 그것의 지난함과 무모함, 불가능함으로 인해 더욱 애타게 그리고 정직하게 실패의 아름다움을 그려 보인다. 그것은, 때로는 한 남자의 한 여자에 대한 사랑으로, 때로는 시인의 말과 대상에 대한 지극한 사랑으로 드러난다.
[시인의 산문]
무슨 말을 또 할 수 있을까?
인간이 지금까지 이룩해온 많은 훌륭한 결과들 위에서 나는 갈 곳 몰라 허둥댄다. 나의 세계에는 잠시 캄캄한 어둠뿐인 바깥 세계를 볼 수 없고 몸으로 더듬어 간신히 사물들을 감지할 뿐이다. 그리하여 내 몸은 세계를 파악하는 유일한 통로이다. 바깥을 보지 못하는 눈은 어쩔 수 없이 안을 향하게 되고 안에도 어둠과 밝음이 있음을 비로소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나의 시쓰기는 내 바깥에 있는 세상에 순진한 마음으로 다가가는 것이다. 그것은 곧 순진한 마음으로 나에게 다가가는 것이다. 세상의 몸과 내 몸이 닿았을 때 나는 내 정신과 몸이 닿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것을 위한 길은? 나는 잘 모른다. 배추벌레처럼 조금씩 꿈틀거릴 뿐이다. 나와 나 아닌 것의 짧은 부딪침이 피워내는 짧은 불꽃을 등대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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