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측백나무 울타리』는 광물성 이미지에서 식물성 이미지로 넘아가는 시인의 변화를 보여주는 귀중한 시집이다. 그의 시들은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다른 문명 비판 시들과는 달리, 자연의 아름다움을 시인의 심상 속으로 끌어들임으로써 문명화된 세계의 어둠을 드러내는 한편 그곳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우리 삶의 심연에 깊이있게 다가든다.
13121
[시인의 산문]
사람에게든 자연에로든 삶이 가지는 지극함은 어떤 마음가짐과 몸짓을 드러낼까. 그것은 상대에 대한 그윽한 이해와 수줍은 접근으로 이루어진다는데, 그게 어떤 깊이과 높이이며 그 다음은 또 무슨 절벽이 오는가. 그것은 금강경의 “마땅히 머무르는 바 없이 그 마음을 낸다(應無所住而生其心)”라는 것과 “대상에 얽매이지 않는 베풀음(無住相希施)”의 것과 어떻게 다르며 어떻게 같은가. 가야산에서, 또는 밀양강에서 내가 가지는 마음을 두고 지극하다 할 수 있을까. 그것은 무엇을 향한 마음의 그늘이며 빛일까. 아아, 나는 누군가가 그리워 구술봉이꽃을 뒤적이고, 백리향의 잎과 꽃을 흔들며 노래하기도 하는데, 그것은 사랑의 몸짓일까. 사랑은 뭔지 알고나 그렇게 할 순 없을까. 내 안은 무엇이 끊임없이 솟구쳐올라 넘쳐나고, 무엇이 모자라서 쉬이 꺼지며, 무엇 때문에 모든 게 한순간에 텅 비어버리기도 하는가. 이 는개 아래 부는 바람 같은 끊임없는 질문들이 진정 내 것으로 오는 물음인가.
작가 소개
독자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