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초목과 새와 길짐승들의 평화로운 이미지로 가득한 시집 『지상에서 부르고 싶은 노래』는 시인이 지향하는 것은 자연의 세계도, 자연과 인간과의 관계도 아니다. 그의 시는 자연의 옷을 입고, 자연의 신을 신고 더 높은, 더 나은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지상에서 부르는 구도자의 노래이다.
[시인의 산문]
시에게 나는 늘 구애해야 하고 시는 언제나 나에게 냉혹하다는 사실 앞에 나는 또 한번 무릎 꿇어야 한다. 나는 어떤 말로도 내 삶에 註釋을 달 수 없다. 내 삶의 주석은 버린 신발과 벗어던진 내의뿐이다.
돌이켜보면 시의 길은 늘 참담함으로 나를 채찍질해왔다. 아직도 나는 절망과 참담함을 갈무리하는 법을 잘 모른다. 그러나 참담함이 좌절에 나를 부려놓기 전에 나는 다시 한 언덕에 가까스로 발을 내려놓을 수 있음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짧고 아름다운 서정시에의 언덕이다. 서정시에의 귀환은 내 주위의 모든 여리고 애틋한 것들의 참다움과 아름다움을 점차 크게 보이게 한다.
내 삼십 년 採鑛에서 금을 버리고 흙을 쥐어도 재화보다 땀이 귀함을 깨닫는 아침이 오기를 나는 기다린다. 먹고 사는 일이 치욕이 아니라 차츰 아름다움으로 보이는 것만이라도 나는 금으로 여기리라. 멱라의 길, 정신의 열대, 지상에서 부르고 싶은 노래는 그러한 내 언어의 중추요 원형질임을 이제는 조그맣게 말해도 되리라.
-餘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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