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평화

문학과지성 시인선 43

이기철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1985년 9월 16일 | ISBN

사양 신46판 176x248mm · 110쪽 | 가격 5,000원

수상/추천: 대구문협상

책소개

도시의 게저분한 삶에서 벗어나 자기를 키워온 아름답고 따뜻한 자연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꿈을 꾸던 시인은, 『전쟁과 평화』에서, 그 꿈의 실현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현대 세계의 파멸적인 문명 상황으로 그 시선을 높인다. 그는 우리 인간이 전쟁과 살육과 병듦과 파멸의 이 냉혹한 상황에서 평화와 사랑과 화해에 의해서만이 구원받을 수 있다는 진실을 뜨겁게 껴안는다. 이 시집은 그리하여 비극적 시선과 구제에의 염원이 뭉친 서사시적 공간을 이룬다.

[시인의 산문]

우리가 사는 땅엔 하루도 영일이 없고 거의 매일처럼 전운이 감돌고 있다. 하늘에는 초음속 전략 무기가 날고 땅에는 상수리 나무뿌리 밑으로 방공호가 뚫리는데, 오늘도 실험실의 과학도들은 전대미문의 살상용 무기를 만드느라 얼굴이 창백해져 있는데 우리는 언제까지 잠속에 빠져 있을 것인가. 우리가 먹고 마시고 배설하는 시간에도 지구의 곳곳에는 가공할 만한 살상용 무기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무서운 사실을 우리는 지금 깨닫고 있는가. 우리가 편안한 잠의 침대에 몸을 맡기고 있는 동안에도 불가사의한 핵무기들이 금속성의 꿈을 꾸며 불면의 눈을 뜨고 불타는 날개를 감추고 있음을 사람들은 기억하고 있는가.

모든 신문과 방송은 눈뜨기가 바쁘게 세계의 분쟁 지역과 군사 상황을 알린다. 미·소와 같은 초강대국들은 날이 갈수록 그들의 힘의 과시에 여념이 없고 그들의 패권 의식은 온 지상을 뒤덮고 있다. 흑해 중동 페르시아 만에는 잠시도 편안한 날이 없다. 레바논·팔레스타인·베트남·코리아, 그 선병질의 이름을 우리는 언제면 잊고 지낼 수 있겠는가.

팬텀기에 찢어진 한국의 가을 하늘을 어느 천사가 와서 곱게 아름답게 기워줄 것인가. 군화 발자국에 이지러진 한국의 휴전선에 누가 와서 민들레를 피게 해줄 것이며 상처진 강원도를 누가 다시 진달래 피고 두견새 알을 품는 뚜깔잎의 고향으로 감싸줄 것인가.

작가 소개

이기철 지음

1943년 경남 거창에서 출생, 영남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국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2년 『현대문학』으로 시단에 데뷔했고, 1976년부터 ‘자유시’ 동인으로 활동했다. 시집으로 『낱말 추적』 『청산행』 『전쟁과 평화』 『우수의 이불을 덮고』 『내 사랑은 해지는 영토에』 『시민일기』 『지상에서 부르고 싶은 노래』 『열하를 향하여』 『유리의 나날』과 시선집 『청산행』 『가혹하게, 그리운 여름』이 있으며, 소설집 『땅 위의 날들』, 시론집 『시를 찾아서』, 비평서 『인간주의 비평을 위하여』, 학술 저서 『시학』 『작가 연구의 실천』 『분단기 문학사의 시각』 『근대 인물 한국사, 이상화』, 편저로 『이상화 전집』 등이 있다. 김수영문학상(1993), 후광문학상(1991), 대구문학상(1986), 금복문화예술상(1990), 도천문학상(1993) 등을 수상하였다. 대구시인협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영남대 교수와 영남어문학회 회장으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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