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시인으로서 그는 한국인의 원초적 정서라고 할 한(恨)을 그 기조에 깔면서 한국어의 시적 가능성을 최대한으로 추리하고 있는 특이한 감성의 시인이다.
[시인의 산문]
어떠한 성찬으로도 해소되지 않는 굶주림이 있다. 그 근원적이고도 영원한 그리움의 창자를 다스릴 무엇이 필요하다. 배가 고프면 고플수록 세상의 모든 비곗덩어리에 혐오를 보낸다. 현실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먼 곳으로 떠돌 궁리에만 사로잡혔던 오랜 세월 동안 나는 그 굶주림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치면서 한편으로는 그 굶주림이 해소될까봐 두려워했던 것 같다. 내 근본에 비곗덩어리가 끼는 것은 참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므로 내가 글을 쓴다는 일은 늘 나를 궁핍의 상태로 놓아두되 그 존재를 구황하는 행위가 된다. 아름다움을 찾아나선다고 했다가 급기야는 절망을 찾아나선 꼴이 되었을 때, 내가 진실로 원했던 것은 그득한 성찬이 아니라 한 숟가락의 糟糠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것이 굶주린 내 존재의 가장 확실한 먹이요, 나아가서 이른바 COGITO이기도 했던 까닭이다. 이 깨달음이 나에게, 방황을 끝내고 이 땅의 ‘사랑의 바닥’에 두 발을 딛고 살아갈 믿음을 심어주었다. 일찍이 내 삶의 보람이었던 이 시들은 내 新生의 糟糠이다. 내가 하릴없이 허영에 들떠 헤맬지라도, 혹은 기근에 시달려 절망할지라도 이 언어들은 내 이율배반의 창자를 다스림으로써 언제나 나를 근원적인 삶 속에 살게 해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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