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고도의 지성과 세련된 감수성을 상상력 속에 용해시켜 정열적인 시를 빚는 이 시인은 우리 시단에서 대표적인 시인의 한 사람으로 확고한 자리를 확보하고 있으며, 제5시집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는 그의 시작(詩作) 20년의 기념적 징표가 될 것이다.
[시인의 산문]
사람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자기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자기 비슷하게 만들려고 애쓰는 버릇이 깊이 뿌리박혀 있기 때문이다.
상대방을 자기 비슷하게 만들려고 하는 노력을 사람들은 흔히 사랑 혹은 애정이라고 착각한다. 그리고 대상에 대한 애정의 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그 착각의 도도 높아진다. 그 노력이 실패로 돌아가게 되면 <애정을 쏟았으나 상대방이 몰라주었다>고 한탄하는 것이다……
동기야 어떻든 일단 있는 그대로 사람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면 그 사랑은 다른 사람, 다른 사물에로 확대된다.어두운 건물들 뒤로 희끗희끗 눈을 쓴 채 석양빛을 받고 있는 북악(北岳)의 아름다움이 새로 마음에 안겨온다. 자신도 모르게 주위의 풍경을 우리의 어두운 마음의 풍경과 비슷하게 만들어왔던 것이다. 까치가 그저 하나의 새가 아니라 귀족적인 옷을 입고 있는 새라는 것도 발견하게도 되고, 늘 무심히 지나치던 여자가 화장이나 옷차림에 과장이 없는, 다시 말해 낭비가 없는 여자라는 사실도 새로 깨닫게 된다. 그리하여 사는 일이 바빠진다. 바빠짐이야말로 살맛 있는 삶의 또 다른 이름인지도 모른다.
작가 소개
독자 리뷰(1)
꼭 들여다보아야 할 시집입니다.
황동규 시인의 많은 시집 중에 제가 가장 아끼고 보듬는 글들이기도 하고요. 쉼없이 세상으로 흘러넘치지만 결코 배설 따위로 전락하지는 않는 서정과, 세상의 삶들과 사물에 대한 섬세한 촉수가 참으로 좋답니다. 세월이 흘러도 녹슬지 않는 시인의 신선한 호기심과 관심이 놀랍기도 하고요.
아직 이 시집을 구경하지 않으신 분들. 지금 곧 서점으로 달려가셔야 합니다. 참고로 저는 지난 여름 강원도 가는 고속버스에서 시집을 잃어버려서 서울로 돌아오는 그날 다시 사고 말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