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나는 이제 소멸에 대해서 이야기하련다』에서 시인은 존재의 쓸쓸함과 비애에 대해 노래한다. 그의 가볍지 않은 실존적 물음들은 화려한 이미지와 금언적 구절들에 의해 근본적이면서도 아름답게 형상화된다. 특히 그의 시에는 시각적 이미지들이 많이 사용되고 있는데, 낯선 언어들의 혼합으로 선명하고 강하며 신선한 새깔을 띤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의 시들이 의상만 화려하게 걸친 것은 분명 아니다.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체험과 사유가 도처에서 반짝거리며 빛을 발한다.
[시인의 산문]
모두가 죽지 않는 유년의 王國에서, 어느 날 갑자기 어른이 되어 죽은 사람들과 식탁에 둘러앉아 식사를 하는 풍경 속에서, 마치 오세기나 그 이전의 깊은 지층에서 살아나는 듯한 추억 때문에 숟가락을 놓쳐본 적이 있는가.
나무 뒤에 숨어 바라보는 집과 집 뒤에 숨어 바라보는 나무는 늘 슬픔에 관해서 생각하게 만든다. 짙은 연못을 바라보는 일만으로 하루를 보내본 사람은 안다. 그게 얼마나 참담한 人生인가를.
한번도 슬픔을 완성하지 못했고 완성된 것은 슬픔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었다. 새벽 거리를 떠도는 불빛 하나가 빗물 고인 웅덩이에 내려와 푸르스름한 떨림을 이루고 있다. 그 속에는 몰래 꿍쳐둔 빨래처럼 잎들이 가지에 꾸욱 달려 있다.
구름, 하늘의 자라기 한쪽 부서진 자리, 파란 눈빛 속에 잃어버린 주소지를 담고 있는 집 나온 고양이, 짙은 숨소리, 고동, 빗물 고인 웅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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