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시집 『슬픈 게이』에서 시인은 죽음으로 마감된 한 사람의 중단된 삶을 이어서 대신 살아가는 다른 한 사람의 삶을 그리고 있다. 그것은 한 몸의 소멸을 넘어 다른 몸으로의 거듭나기라는 테마의 육화인데, 몸을 바꾸어 사라져가는 한 사람과 바꾼 몸으로 다른 삶을 살아가는 한 사람의 지난한 사랑과 무모하고도 고통스러운 열망을 게이의 이미지를 통해 강렬한 언어로 형상화한다.
[시인의 산문]
시는 몸에서 흘러나온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삶의 흔적들이 몸에 새겨진다는 것을 스스로 확인한다. 몸을 변화시키면서 우리는 삶을 변화시킨다. 시는 삶을 변하게 한다(변하게 하여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 나는 내 삶을 끊임없이 변화시키려고 몸부림친다. 시를 통해서 삶을 변화시키고 삶의 변화를 통해서 시는 계속 새롭게 창조되는 것이다. 시는 언어로 구성되어 있지만, 시를 받아들일 때 우리는 자신의 삶의 어떤 부분이 부서지거나 새롭게 덧붙여지는 체험을 하게 된다.
몸은 즉각적이다. 몸은 반응할 뿐 반성하지 않는다. 물론 몸은 생각에 의해 조종되기도 한다. 하지만 항상 몸은 생각보다 빨리 간다. 뜨거운 것이 몸에 닿았을 때 뜨겁다고 생각하기 전에 몸이 움직이는 것처럼. 시가 삶의 불투명성과 싸우려면 몸의 비이성적인 속성을 제 것으로 해야만 한다.
이 세계 안에 우리는 몸으로 있다. 몸이 없이는 우리는 이 세계에 있을 수 없다. 이 세계 아닌 다른 세계, 내 몸 아닌 다른 몸?…… 끝이 없다면……, 영원히 날아가는 돌팔매. 저기 날아가는 물음표가 떨어지는 곳은 어디인가.
나는 삶을 바꾸기 위해 시를 쓴다. 삶은 바뀌는 곳에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