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학이론

원제 Asthetische Theorie

T. W. 아도르노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1984년 6월 20일 | ISBN 9788932002002

사양 신국판 152x225mm · 405쪽 | 가격 25,000원

책소개

“예술에 관한 한 이제는 아무것도 자명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자명해졌다”라는 진술로 시작되는 이 책은 아도르노 최후 저작이자 아도르노 이론의 총결산으로서, 철학과 사회학 그리고 예술 이론에 걸치는 다양한 주제들에 대한 심오한 변증법적 탐구로 이루어져 있다.

– 「역자 후기」 중에서

아도르노를 비롯한 프랑크푸르트 학파 몇몇 이론가들의 난해한 글이 이 땅에 상륙한 후 상당한 세월이 흘렀다. 이들의 위치를 규정하는 작업은 이미 오래 전부터 이루어져왔다. 이 자리에서 그 수용사를 개관하거나 아도르노의 프로필을 새삼스럽게 그려놓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러나 이들 이론 자체의 특성 및 한계에 대한 포괄적이고 명확한 통찰에 앞서 그것이 무기력하고 해롭기까지 하다는 판결을 여러 방면에서 성급히 내렸다는 느낌이 든다. 특히 『미학 이론』은 무기력의 표본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물론 이들의 이론은 서구 시민 사회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결국 배부른 자들의 양심 선언으로서의 가치밖에 없지 않은가 하는 의혹을 유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도르노의 이론을 매판적 모더니즘과 연관짓거나, 독일에서도 십여 년 전에 유행가처럼 사라져버린 낡은 이론이라고 자신 있게 단언하는 자들 앞에서는 지적인 게으름 내지 조급함, 그리고 정치적인 악의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의 이론 가운데 상당한 부분은 살려낼 가치가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다음의 난해하고 씁쓸한 문제들을 거쳐야만 할 것이다.

『미학 이론』의 역사적·사회적 중심 배경인 현대의 산업 사회는 부자유가 영속화된 사회, 가속적으로 비인간화되고 야만화되는 세계, 따라서 근본적으로 변해야 하는 세계로 파악되며, 이는 ‘관리되는 사회’라는 표현으로 압축된다. 그리고 그 본질적 속성은 고도의 합리적 수단을 이용한 비합리적 지배 관계이다. 이러한 시각에서 아도르노는 동서로 무차별 사격을 가한다. 물론 목적은 지배 관계의 해체이다. 그렇다면 변화된 세계, 새로운 질서, 진정한 민주주의를 이룩하기 위한 부단한 정치적 노력 역시 지배 관계로 귀착될 수밖에 없는가? 따라서 정치적 흐름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아도르노의 제스처도 어느 정도의 타당성을 지니는가? 아니면 ‘관리되는 사회’라는 개념은 현대의 어떤 본질적인 문제를 포착하지만, 동서의 근본적인 차이점을 묵살하고 정치적 계급적 선택 앞에서의 무기력 내지 기회주의를 은폐하기 위한 공격적 구호로 되지는 않는가?

‘관리되는 사회’를 확정, 반복해서는 안 되며, 현대의 본질적인 문제들을 충분히 다룰 수 있을 만큼 분화된 기법이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아도르노는 사회주의적 사실주의 및 문화 산업의 산물들을 전적으로 배격한다. 그 두 가지는 지배의 도구라는 점에서 동일하다는 것이다. 진정한 예술은 쌓여 있는 무언의 고통에 대한 표현이다. 그것은 자체의 추하고 암울한 형상을 통해 사회의 부정성을 탄핵한다. 또한 진보적인 의식에 의해 이루어지는 예술 형식의 해방은 현실적 해방을 충격적으로 미리 보여준다. 이때 나타나는 일그러진 형상은 단지 표면적인 모습일 뿐이다. 진정한 예술 작품은 겉만 임시 변통적으로 매끄럽게 다듬어놓은 이데올로기의 산문들보다 훨씬 더 철저한 일관성과 질서를 지닌다. 이러한 일관성을 통해 진정한 예술 작품은 즉자 존재의 형상을 취한다. 이 점에서 그것은 일종의 단자로 파악된다. 그러나 이 단자는 소재·형식·재료·기술 등을 통해 자체로서 사회와 연관되어 있다. 즉 사회 속에서 작용을 하기 전에 이미 사회적이다. 아울러 그것은 모든 것을 대타 존재화하는 현실에 대해 비판적 의미를 지닌다. 이 점에서 진정한 자율적 예술은 피안에 대한 알레고리, 진정한 행복에의 약속, 사회 변혁을 위한 도식 등으로 규정된다. 이 경우 ‘관리되는 사회’ 속에 편입되어 이미 손상된 대중들의 허위 욕구 혹은 수용을 작품 평가의 기준으로 삼을 수는 없다. 오히려 가능성으로서의 대중을 위한 진정한 예술은 사회로부터 등을 돌릴 수밖에 없다. 이상과 같은 입장에서 아도르노는 진정한 자율적 예술을 정치적·상업적 이데올로기로부터 구제해낼 수 있었다. 그러나 과연 그처럼 고립된 채 이해되기조차 거부하는 예술은 누구를 위한 예술인가? 그러한 예술을 통해 민중 예술의 질식 현상이 정당화되거나 민중 예술에 대한 갈증이 해소될 수 있는가? 오히려 그것은 민중들을 비합리적 지배 관계로부터 해방시킬 원동력인 이들의 계급적 본능을 도외시하고 심지어 말살하는 결과까지 유발하지는 않는가? 아도르노가 예술에 부여하는 고립적인 위치는 그 자신 사회적 정치적 기반을 얻지 못한 사실을 반영해줄 뿐인가? 아니면 그것은 총체적 지배 관계가 영속화되는 현실 속에서 자유와 인도주의 그리고 자율성을 고수하기 위해 예술을 통해 지켜야 하는 유일한 구원의 영역인가?

사회 속에서 작용을 하기 전에 자체의 형식·재료·기술 등을 통해 이미 사회적 의미를 지니는 예술 작품에 대한 분석은 결국 사회에 대한 분석으로 된다. 사회로부터 등을 돌리는 예술이 침묵을 통해 사회에 가하는 비판이 명시적으로 전개되기 위해서는 이론이 필요하다. 물론 이러한 이론 역시 사회 비판의 양상을 띨 수밖에 없다. 실제로 『미학 이론』에 이르기까지 아도르노 이론의 중심 노선은 산업 국가들의 치부를 드러내는 작업이었다. 그의 비판이 공식적으로 허용되었다는 데에서 의문이 생긴다. 그것을 묵인하는 사회는 어떤 사회인가? 그러한 묵인은 어떠한 비판도 삼켜 버릴 수 있는 체제 자체의 탄력과 견고함을 반증할 뿐인가? 아니면 그의 비판이 비본질적이었는가? 즉 비판의 외관을 띤 타협주의 내지 패배주의였는가? 또 아니면 그것은 정치적 기반을 포기한 이론의 필연적 귀결인 무기력증을 말해 주고 있을 뿐인가?

해묵은 지배의 논리가 그다지 새롭지도 않은 모습으로 세계의 구석구석을 잠식하고 있는 현단계에서 이상과 같은 의문에 대해 명쾌한 해답을 제시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이상의 의문은 『미학 이론』의 취약부를 몇몇 측면에서 검토해본다는 의미도 지닌다. 그러나 그것은 현실 자체가 안고 있는 난점을 비교적 넓은 시야 속에서 드러내준다. 이러한 관점에서 『미학 이론』을 다시 읽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물론 그에 앞서 미, 추, 예술의 자율성 등 미학의 중심적 카테고리들을 사회적 기반 위에서 변증법적으로 규명하는 『미학 이론』 자체의 논리에 일단 몰입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변적 현실의 제반 역학 관계를 정확히 파악할 평형 감각을 상실한 강박적·절망적 낙관론이나, 변혁의 의지 및 본능을 철저히 말살하려는 사회의 거대한 흐름에 의해 묵살되지 않는 가운데, 그러한 문제들이 현실과의 관계 속에서 효력을 잃게 되기를 바란다.

목차

[예술·사회·미학]
예술의 자명성 상실 / 근원의 문제 / 진리 내용과 작품의 생명 / 예술과 사회의 관계 / 정신분석학적 예술 이론 비판 / 칸트와 프로이트의 예술 이론 / 예술의 향유 / 미학적 쾌락주의와 인식의 행복

[상황]
재료의 와해 / 예술의 탈예술화: 문화 산업 비판 / 고통의 언어 / 새로움의 역사 철학 / 불변 요인의 문제: 실험(1) / 주의에 대한 변론 / 세속화된 학파로서의 주의 / 제작 가능성과 우연: 현대 예술과 작품의 질 / ‘이차적인 반성’ / 새로움과 지속 / 통합과 ‘주관점’의 변증법 / 새로움·유토피아·부정성 / 현대 예술과 공업 생산 / 미학적인 합리성과 비평 / 금지의 계율 / 실험(2): 진지함과 무책임성 / 어둠의 예술 / 전통에 대한 관계 / 주관성과 집합체 / 유아론, 미메시스에 대한 타부, 성숙성 / 기법 / 표현과 구성

[추·미·기술의 카테고리]
추의 카테고리 / 추의 역사 철학과 사회적 측면 / 미의 개념 / 미메시스와 합리성 / 구성의 개념 / 테크놀로지 / 기능주의의 변증법

[자연미]
자연미에 대한 판결 / ‘탈피’로서의 자연미 / 문화 경관에 대하여 / 예술미와 자연미의 연관성 / 역사적으로 기형화된 자연 체험 / 미적 지각의 분석적 성격 / 중단되어 역사로서의 자연미 / 확정된 불확정성 / 화해된 상태에 대한 암호로서의 자연미 / 헤겔의 자연미 비판에 대한 메타 비판 / 자연미에서 예술미로의 전환

[예술미: ‘현상’·정신화·직관]
가상으로서의 초월성 / 미학적 초월과 탈마법화 / 계몽과 전율 / 예술과 비예술적 요인 / 비존재자 / 형상적 성격 / ‘파열’ / 형상 내용의 집합적 성격 / 정신적인 것으로서의 예술 / 작품의 내재성과 이질적 요인 / 헤겔의 정신 미학 / 정신화의 변증법 / 정신화와 혼돈 상태 / 예술의 직관성이 지니는 아포리 / 직관성과 개념성: 사물의 성격

[가상과 표현]
가상의 위기 / 가상·의미·’힘의 유희’ / 가상의 구제: 조화와 부조화 / 표현과 부조화 / 주체 객체와 표현 / 언어적 성격으로서의 표현 / 지배권과 개념적 인식 / 표현과 미메시스 / 내면성의 변증법: 표현의 아포리

[수수께끼적 성격·진리 내용·형이상학]
신화의 비판과 구제 / 미메시스적 요인과 어리석음 / 존재 근거 / 수수께끼적 성격과 이해 / 변용 / 수수께끼 문자·해석 / 모방으로서의 해석 / ‘장벽’ / 단절된 초월성 / 수수께끼 성격, 진리 내용, 절대자 / 진리 내용 / 예술과 철학: 예술의 집합적 사상 내용 / 비가상적인 것의 가상으로서의 지리 / 치명적인 것에 대한 미메시스와 화해 / 어둠과의 연관성

[일관성과 의미]
논리성 / 논리·인과성·시간 / 무목적의 합목적성 / 형식 / 형식과 내용 / 명료한 표현의 개념(1) / 재료의 개념 / 소재의 개념: 의도와 사상 내용 / 의도와 의미 / 의미의 위기 / 조화의 개념과 완결성의 이데올로기 / 긍정 / 의고주의 비판

[주체와 객체]
주관 및 객관의 애매성: 미적 감정에 대해 / 칸트의 객관성 개념 비판 위태로운 평형 / 언어적 성격과 집합적 주체 / 주체 객체의 변증법 / 천재 / 독창성 / 환상과 반성 / 객관성과 물화

[예술 작품의 이론]
미적 체험 및 작품의 과정적 성격 / 소멸성 인공물과 발생의 문제 / 단자로서의 예술 작품과 내재 분석 / 예술과 예술 작품 / 역사의 본질 구성적 성격: ‘이해 가능성’ / 객관화와 해체의 필요성 / 단일성과 다수 / 긴밀성의 카테고리 / 작품에 대한 미적 판단의 근거 / ‘깊이’ / 명료한 표현의 개념(2) / 진보 개념의 세분화 / 생산력의 확장 / 작품의 변화 / 해석·주석·비평 / 진리 내용의 역사성: 자연과 예술에 있어서의 숭고함 / 숭고함과 유희

[보편과 특수]
명목론과 제반 장르의 소멸 / 고대 장르 미학에 대해 / 관습의 역사철학 / 양식의 개념 / 예술의 진보 / 예술사의 비동질성 / 진보와 재료의 극복 / 기술 / 산업 시대의 예술 / 명목론과 열린 형식 / 구성, 정적인 성격과 동적인 성격

[사회]
예술의 양면성: 사회적 사실과 자율성: 물신적 성격 / 수용과 생산 / 소재 선정: 예술적 주체: 과학에 대한 관계 / 반응 방식으로서의 예술 / 이데올로기와 진리 / 책임 / 전위 예술의 수용 / 예술과 사회의 매개 / 카타르시스 비판: 키치와 통속성 / 실천에 대한 입장: 영향·체험·충격 / 앙가주망 / 유미주의·자연주의·배켓 / 관리되는 예술에 대한 반론 / 현대 예술의 가능성 / 자율성과 타율성 / 정치적 선택 / 진보와 반동 / 예술과 철학의 빈곤 / 객체의 우위와 예술 / 유아론의 문제와 거짓된 화해

[역자 후기]

작가 소개

테오도어 W. 아도르노

1903∼1969. 독일의 철학자이자 사회학자. 전후 독일 사상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 비판이론을 이끈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중심인물이다. 프랑크푸르트 대학에서 철학, 사회학, 심리학, 음악학 등을 공부했으며 1924년 후설에 관한 연구로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30년대 초반부터 프랑크푸르트 대학의 철학 강사로 일하면서 호르크하이머가 주도하던 ‘사회연구소’에도 본격적으로 관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상당수가 유대인이었던 연구소의 멤버들은 나치 정권 수립 후 독일을 떠날 수밖에 없었고, 아도르노 역시 1934년 영국으로 이주했다가 1938년에 미국으로 망명한다. 망명한 사회연구소 회원들은 해외에서도 활동을 이어갔는데, 아도르노는 특히 호르크하이머와 함께 파시즘과 반유대주의에 대한 기념비적인 연구조사인 ‘권위주의적 인격’ 연구를 이끌었다. 이는 ‘편견 연구’(이후 5권으로 출간)라는 대형 프로젝트의 일부로 수행된 것으로 당시 큰 논쟁의 대상이 되었으며, 오늘날 극우주의가 부상하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종전 후 아도르노는 서독으로 되돌아와 프랑크푸르트 대학과 사회연구소에서 강의와 연구를 지속해나갔다. 또한 독일인들의 죄의식과 방어심리를 연구한 ‘집단실험’이라고 알려진 연구를 수행하기도 했다.
주요 저서로 호르크하이머와 공저한 『계몽의 변증법』을 비롯하여, 『권위주의적 인격』(공저), 『미니마 모랄리아』 『프리즘: 문화비평과 사회』 『부정변증법』 『미학이론』 등이 있다.

홍승용

서울대학교 독어교육과를 졸업하고 독어독문학과 대학원에서 「루카치 리얼리즘론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구대학교 독어독문학과에서 교수로 재직하다 퇴임했으며, 현재 현대사상 연구소를 운영하며 『현대사상』을 발행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한국 사회 정의 바로 세우기』(공저)가, 옮긴 책으로 테오도어 아도르노의 『미학이론』 『변증법 입문』 『부정변증법』 『프리즘』, 게오르크 루카치의 『미학논평』, 게어하르트 플룸페의 『현대의 미적 커뮤니케이션』 등이 있다. 페터 바이스의 『저항의 미학』3권 번역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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