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과 역사의식

이인호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1980년 6월 10일 | ISBN 2002194006323

사양 신국판 152x225mm · 329쪽 | 가격 6,000원

책소개

역사란 무엇인가, 그것은 왜 그리고 어떻게 우리의 치열한 탐구의 대상이 되는가, 그리고 인간의 역사는 어떤 모습으로 전개되고 또 미래를 향해 열려지는가라는 역사학 연구의 근원적 문제들을 반성하고, 이러한 반성 위에서 러시아 지성사를 검토한다.

– 「책을 내면서」 중에서

왜 역사학을 전공하게 되었느냐라는 질문을 학생들에게 받을 때마다 나는 조금 당황스러움을 느낀다. 내가 역사를 공부하기 시작한 것은 그것이 나 자신과 내가 속해 있는 사회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는 막연한 생각에서였지 어떤 뚜렷한 사명감 같은 것을 가지고 출발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철학·문학, 여러 다른 분야를 제쳐놓고 사학을 택한 데에는 왜 나는 약소 민족의 일원으로 태어나 역사의 천덕구니 노릇을 해야 하는가라는 울분이 어릴 적에 해방과 6·25를 겪었던 내 마음속에 깃들여 있다가 무의식중에 작용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역사를 연구하고 강의하는 일을 직업으로 한 지가 오래된 지금에도 나는 내게 어떤 정립된 사관이라는 것이 생겼는가에 대해서는 자신이 없다. 삶의 체험 및 연구의 폭과 깊이가 달라짐에 따라 역사 문제에 대한 나의 해석은 아직도 계속 조금씩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유물론·유심론·민족주의 사관 등 흔히 듣고 보는 역사 해석의 입장 어느 것도 내게는 아직도 그리 설득력 있는 것으로 선뜻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그러나 이제 역사를 공부하는 일이 단순히 자기 만족을 위한 소일이 아니고 사회 앞에 져야 하는 책임이 되고 보니 어떠한 사회 문제에 대해서나 구체적으로 자기의 입장을 밝히고 그것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라는 요청을 피할 수 없게 된다. 그리고 또 때로는 나 스스로가 내가 가진 짧은 역사 지식을 토대로 하여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현실 문제에 대해 진단과 처방을 내려보고 싶은 충동을 받기도 한다. 여기에 모은 글들은 바로 이러한 밖으로부터의 요청과 내 마음속으로부터의 욕구 두 가지를 충족시키기 위해 그때그때 써서 발표했던 것들이다.

이 글들은 학문적 가치를 가지는 연구 논문이라기보다, 구태여 이름을 붙인다면 역사 해석의 형식을 빈 사회 평론이라고나 하겠다.

우리나라의 문학 평론이 대부분 좁은 의미에서의 문학 비평이기보다는 문학 비평의 형식을 빈 사회 평론인 것이나 마찬가지의 뜻에서이다. 제1부에서는 역사 해석 일반에 관한, 제2부에는 나의 전공 분야인 소련사 속의 여러 가지 주제에 관한, 나의 해석을 담은 글들을 묶어보았다. 그 글들을 쓰는 데 있어 나는 주제 자체보다는 그때그때 우리가 직면하고 있던 역사적 현실에 더욱더 관심의 초점을 맞추고 있었음을 솔직히 고백한다. 역사학자로서보다는 하나의 지성인으로서의 구실에 충실하려 했던 셈이라고 하면 궁색한 변명이 되겠다. 두 가지의 역할이 결코 분리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아직도 나의 이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때로는 그 두 가지 역할 사이에 괴리가 생기는 것을 느끼면서도 어찌하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제3부에 실린 여성 문제에 관계된 글들을 이 책에 함께 넣는 것이 옳은가에 대해서는 약간의 주저가 있었다. 그러나 여성 문제에 관한 나의 관심은 역사 해석에 관한 문제와 결코 다른 차원의 것이 아니며 현대사의 흐름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데 있어 여성 문제에 관한 올바른 인식은 계급이나 민족 문제에 대한 올바른 인식 못지않게 필요하다는 게 나의 확신이기 때문에 함께 묶기로 하였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모두가 1972년 가을부터 1980년초까지 우리 사회 전체로 보나 나 개인으로 보나 매우 음울하고 어수선했던 기간에 씌어지고 발표되었던 것들이다. 주제의 선택, 주제에 대한 엉거주춤한 접근 자세, 명확하지 못한 어휘 등이 모두 표현의 자유가 지극히 제한되었던 시기의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다시 손질을 하지 못하고 그대로 내놓게 됨을 아쉽게 생각하면서도 한편 독자들에게도 전달되지 않을 수 없을 답답한 느낌 그 자체가 시대의 증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자위해본다.

목차

책을 내면서

Ⅰ. 역사와 역사 의식
자유의 수난사로서의 서구 근대사
역사를 보는 눈
역사와 나

Ⅱ. 소련의 역사와 지식인의 고민
러시아의 정치 전통과 소련의 정치 문화
소련의 민족 구성과 국민성
러시아 제국주의의 역사적 변모
양분적 러시아관과 러시아의 정치적 비극
민족주의의 도덕적 근거
지식인과 역사의 심판
예브게니 오녜긴과 그 선조들
민족적 자의식과 역사 해석
알렉산드르 헤르

작가 소개

이인호 지음

1936년 서울 출생으로, 서울대 문리대 사학과 재학중 미국으로 유학, 웰즐리 대학을 졸업하고 하버드 대학에서 소련 지역 연구의 석·박사 과정을 마치고 1967년 『에카테리나 대제(大帝) 시대의 러시아 프리메이슨 운동에 관한 재해석』으로 역사학 박사학위를 획득했다. 컬럼비아 대학과 라트거스 대학 조교수를 역임하고, 1972년에 귀국, 고려대 교수와 서울대 교수를 역임했다. 저서로 『지식인과 역사 의식』 『러시아 지성사 연구』 『인텔리겐챠와 혁명』 『지식인과 저항』(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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