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왜곡된 한국사 서술과 그 관점을 극복하고 주체적 관점에서 우리의 역사를 이해하려는 노력의 대표적인 업적으로서, 근대 이후의 정리되지 못한 사학사에 체계를 부여하고 앞으로의 역사학 관점과 방법을 제시한다.
– 「책머리에」 중에서
이 책은 지난 몇 년 동안 요청에 의해 이곳저곳에 발표한 글 중, 한국의 근대 역사학과 거기에 관련된 내용들을 한 데 묶어 본 것이다. 묶으면서 끝내 불안한 것은, 학문에 대한 필자의 게으른 자세가 또 하나의 불량 서적을 보태는 격이 되지나 않을까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역사를 공부하면서 필자는 우리나라 ‘역사학’ 자체에 대한 연구가 많지 못함을 안타까이 느끼고 그 방면에 대한 학문적인 관심을 기울여보려고 하였다. 역사학은 다른 학문이 그러하듯이 연구자가 처한 시대의 현실적 분위기에서 많은 자극을 받는 것이 사실이겠지만, 연구자의 역사를 대하는 자세, 말하자면 역사 의식과도 깊은 관련을 갖고 있다고 생각된다. 일제의 민족 말살책이 극성을 떨던 시기에 나서 해방과 6·25와 4·19 같은 민족사에 기억될 만한 사건들을 직접 경험하면서 성장하였다는 것, 이런 것들이 필자로 하여금 우리나라 ‘역사학’에 관심 갖게 하였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 다루어진 내용들은 우리나라 근대 역사학의 배경과 성립 과정 및 그 내용에 관한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 수록된 그 자체가 저서를 목적으로 씌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독자들은 글의 체제가 통일되지 않은 것과 내용이 중복된 것 등 많은 문제점을 쉽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거기에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범위만 가지고 보더라도 하나의 체제를 세우기에는 미흡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실학 시대의 역사학과 실학 시대에서 근대로 이행되는 시기의 과도기 역사학이 근대 역사학의 성립 배경으로서 무게 있게 다루어졌어야만 하였다. 또 근대 역사학의 성립·발전과 관련하여 1930년대의 역사학과, 식민주의 사학 중 그 비판 부분이 제대로 정리되어 있지 않다. 이런 점들이 제대로 보완되어야만 아쉬운 대로 책의 면모를 갖추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 점 특히 독자들의 양해를 구한다.
책머리에
Ⅰ. 근대 민족주의의 전개 과정
한말의 위기 의식과 민족주의 사상
일제하 민족주의의 새로운 전개
Ⅱ. 민족주의 사학의 전개
한국사를 보는 눈
조선 후기의 역사학과 역사가
한국 근대 사학의 계보
민족 사관에 대한 약간의 시도
Ⅲ. 민족주의 사학
민족주의 사학의 성립
민족주의 사학의 한국사 인식
Ⅳ. 박은식과 신채호
백재 박은식의 생애와 사상
단재 사학의 배경과 구조
박은식과 정인보
Ⅴ. 식민주의 사학
일제 관학자들의 식민주의 사관(부: 식민주의 사학의 극복 문제)
고대 한·일 관계론의 검토
Ⅵ. 민중 의식과 역사
한국사에 있어서의 민중
국사학과 민속학
3·1 운동의 역사적 의의
3·1 정신과 건국 이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