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우리말의 감칠맛을 누구보다도 잘 구현해왔던 시인은 이 시집에서도 그의 특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우리의 산과 들, 강과 바다가 지니고 있는 리듬을 그는 그의 시에 고스란히 옮겨놓고 있다.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그의 시의 언어와 리듬 때문에 그가 전하는 가난한 가족과 서러운 삶에 대한 따뜻한 애정이 우리의 이해를 넘어, 우리도 모르게, 우리를 적셔온다.
[시인의 산문]
황음과 수사의 시대에 말은 이미 세상과 손잡는 방식이 아니다. 거짓 화해를 꾸미는 일도 구차스럽다. 본디 제 땅 제 얼굴이라 혀를 빼물고 대드는 모진 허수아비 화상들. 식은 주먹밥에 무짠지에 자주 모래가 씹힌다. 참자. 눈썹 자리 밀어버린 먼 산 솔숲 어딘가 빗소리 여태 남았다.
새로운 결기로 일어서는 두렁길 파란 콩잎 콩잎. 간수 못 할 아픔도 슬픔도 저절로 환해지는 때가 있다. 막차를 놓치는 이 즐거움. 문득 불다 가는 바람은 솔기 보풀보풀 오래 지녀왔던 손수건 같다. 다시 걷는다. 길은 길로 풀리며 저 넘치는 세상을 향해 낮은 손바닥 펴보인다. 이제 새로 적는다.
말은 세상과 가까스로 손잡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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