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화가이자 무용·음악 평론가이며 무용·오페라 대본을 쓰는 등 예술 전반에 폭넓은 활동과 관여를 하고 있는 그는 이 시집에서도 시와 미술 그리고 공연 예술에 대한 깊은 자의식을 드러낸다. 예술, 현실로부터 비켜나 아름다움의 실체를 향유하려는 그 자의식은 세련된 감수성의 세계와 인간의 왜소한 삶의 대조로 깊어지면서, 우리에게 부여된 꿈의 추구가 그것을 허용하지 않는 야비한 사물적 세계에 대한 탄식으로 되돌아와, 누추한 우리의 삶을 반성케 한다.
[시인의 산문]
몇 년 전까지 日記를 써오다가 지금은 쓰지 않는다. 대신 날짜 없이 메모만 한다.
‘神이 나의 일을 위하여 이런 도구를 주었다’라는 한 줄도 베껴놓는다. 안무가 발란쉰의 말이다. 발란쉰에게 스잔훠렐은 넘치는 활력, 미묘한 分光, 아름다운 변화의 대상이었다. 그의 이상의 실체였다.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을 때가 내게는 제일 불행할 때이다. 그래서 나는 무엇인가 끊임없이 ‘하고 있다.’ 그것은 접촉·관계·얻음·잃음·시작의 變奏이다. 몇 장을 쓴 詩가 지워지고 가운데 네 줄 몸통만 남을 때(그것은 앙상해 보이는 애착이다.) 그걸 건질 수 없어도 내 애착은 충분하다.
내가 동떨어져 있다는 생각을 버릴 수는 없지만, 또 무한히, 극성스럽게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자위하고 있다. 틈새는 접촉의 눈(眠)과 같은 것이니까.
나의 詩는 여행 가방 안의 온갖 잡동사니이고 다음 기착지의 필수품들이다. 그것을 가방에서 꺼내고, 다시 담고 하는 사이 늙고 턱수염이 껄끄러워지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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