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단의 시대

원제 The Heretical Imperative

피터 버거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1981년 7월 1일 | ISBN 2002194005494

사양 신국판 152x225mm · 197쪽 | 가격 6,500원

책소개

현대 세계에서의 종교적 사고를 날카롭게 분석함으로써 운명이 신앙을 지배하는 곳에서 ‘이단적 명령’-선택을 지금 행하고 있음을 밝혀준다.

– 「머리말」 중에서

머리말에 자전적(自傳的)인 말을 늘어놓는 따위의 탈선 행위는 저자가 자신을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는 징조이다. 이것은 허영심이라는 죄를 짓고 있는 징조일 뿐 아니라 유머가 없다는 것인데(이것은 허용보다 더 중대한 죄일 것이다) 그렇지만 저저가 좋든 나쁘든 몇권의 책을 써야 할 만큼 유머가 없을 경우라면 독자들은 당연히 새책이 이전의 책들과 어떻게 맞아들어 가느냐 하는 것을 알고 싶어 할 것이다. 이 이유 때문에, 그리고 이 이유 때문만으로 자서전 혹은 ‘서지적(書誌的)’ 코멘트를 하기로 하였다.

내가 종교에 관한 책을 쓴 지 꼭 십 년이 된다. 그 책은 A Rumor of Angels: Modern Society and the Rediscovery of the Supernatural(Garden city, N. Y. : Doubleday, 1969: 『현대 사회와 신』, 김쾌상 역, 대한기독교서회 현대신서, 105)였다. 지금 내놓는 이 책은 그 전 책에서 끝나는 논의로부터 출발한 것인데, 말하자면 신학적 사고는 귀납적 접근을 따라야 한다는 주장이 그것이었다. 귀납적 접근이란 보통 인간의 경험으로부터 시작해서, 그 안에서 발견되는 ‘초월적 정조들’을 찾아가는 것을 뜻한다. 이에 대하여서는 변심(變心)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이 『현대 사회와 신』과 비슷한 것인데, 여기서도 지식 사회학의 지적 도구들을 사용하면서 현대적 상황을 분석하고서 의도적으로 ‘가치 중립적인’ 사회과학의 테두리와 고도로 가치 지향적인 신학적 명제들 사이를 넘나들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지금 이 책은 『현대 사회와 신』과 그 목적과 범위에 있어서 다르다고 하겠다. 전의 책은 현대 세속 사상이 세계의 종교적 견해의 실체를 부정하려는 태도를 비판하였다. 지식 사회학을 이용하여 ‘상대주의자들을 상대화’시켜 보았다. 그러나 이렇게 하다 보니까 그 초점은 아직도 시골 무신론자와 성자(聖者)에게 꼭같이 있을 수 있는 보통 인간의 경험에 머무르게 된다. 다시 말하면, 『현대 사회와 신』에서는 안으로부터 현대 세속주의의 전제들을 뚫고 나가 보려고 하였던 것이다. 지금 이 책에서는 그 초점을 종교적 경험 그 자체에 두고 여기에서도 귀납적 접근이 적용될 수 있겠는가를 모색하는 데 목적을 두었다. 그리하여 그 범위가 좀 넓어지게 되었던 것이다.

지난 십 년 동안, 사회학자로서 종교를 직접 다룬 책이 별로 없었다. 나의 작업들은 대부분 근대화 이론과 대제3세계의 발전과 관련된 문제들에 관한 것인데, 이러한 관심들과 연결시켜 정책적 고려에 사회학적 관점을 사용하는 것들이었다. 그런데 제3세계의 현실과의 대대적인 대결은 현대 종교적 상황에 대한 나의 이해에 변화를 가져왔던 것이다. 지금에 와서 돌이켜볼 때 분명한 것은 1960년대의 종교 연구는 극히 좁은 것이었다는 것인데 나의 초점은 서구 세계에서의 종교의 운명 문제에 국한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여러 가지 사회학적 주제와 관련되는 것이고 특히 세속화 문제와 더욱 그런 것이다. 이 책에서 분명하겠지만 그것은 나에게 신학적인 의미가 있었던 것이다. 나의 ‘우주성’이 크게 확장된 것이다. 이것은 그 자체가 그리 흥미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확장은 누구든지 오늘날 기독교 신학을 하는 사람에게는 권하고 싶은 것이고, 또 오늘의 종교 문제를 체계적으로 사고하려는 타종교 전통의 사람들에게도 같은 권유를 하고 있은 것이다.

이 책에서 전개하는 논의의 논리 때문에 여러 가지 문제를 토의하게 되지만, 논의의 골자는 아주 간단한 것이다. 나의 입장은 현대성이 종교를 아주 구체적인 위기로 몰아넣는데, 그 분위기는 물론 세속화에 의한 것도 있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그 다원화에 의한다는 것이다. 다원화된 상황에서는 역사적으로나 사회과학적 관찰에 나타나는 이유들로 해서 모든 종교적 전통들이 그 권위를 상실하게 되었다. 이러한 상화에서 세 가지 대안들 혹은 ,가능성들>이 전통을 유지하려는 사람들에게 열려져 있다. 권위에 대한 도전에도 불구하고 그 전통의 권위를 재확인하는 것과 전통을 세속화해 버리는 것과, 그 전통 안에 들어 있는 경험들을 재발견하고 회복하는 가능성들이다. 자세하게 설명한 이유들을 가지고 이 세가지 대안들을 각각 연역적, 환원적 그리고 귀납적 가능성들이라고 불렀다. 여기까지는 지식 사회학의 테두리 안에서의 서술적 작업이라하겠다. 그러나 더 나아가서 나의 입장은 제3의 대안, 즉 귀납적 접근만이 궁극적으로 타당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주요 세계 종교간의 대결, 특히 서부 아시아의 종교 역사로부터 나온 전통들과 인도반도에 탄생한 전통들 사이의 대결이 미래의 신학과 종교의 중심적 중요성이 되어야 한다는 나의 입장을 밝혔다.

이 논의의 대부분은 어떤 특정한 신앙의 커미트먼트를 전제하지 않고 한 것들이다. 이 책 전체를 통해서 어느 전통에 있는 사람이나 이성적인 사람이면 누구에게도 통할 수 있도록 노의를 전개하였다. 다만 마지막 부분에서 유독 기독교적 관심에 대하여 썼지만 그때마다 그것을 밝혔다. 세 가지 대안을 논의하면서 각가지 경우를 탄트적 편견을 전제하는 것이 아니다. 프로테스탄티즘의 경우에서 배울 것이 많다고 보는 이유가 프로테스탄티즘이야말로 가장 오랫동안 가장 격렬하게 현대성과 대결했기 때문에 비개신교나 비기독교인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는 것이다.(반드시 긍정적인 면이 아니다).그래도 나의 신앙은 분명히 기독교인이라는 사실을 감출 의도는 하나도 없다. 더욱이 나의 종교 사상에 있어서 귀납적 접근을 포용한다는 것은 틀림없이 사상사의 특정한 흐름 속에 들어가는 것인데 그것은 프리드리히 슐라이어마하의 프로테스탄트 자유주의 신학이다. 나는 1960년대부터 나의 신학적 ‘현주소’를 이렇게 이해하여 왔지만, 지금 더욱더 분명하고 예리해진 것 같다. 어떻든 나는 이 사실을 주저하거나 부끄러워하지 않고 시인하는 바이다.

목차

머리말

제1장 이단의 보편화로서의 근대화
현대적 상황
숙명에서 선택으로
세계관의 다양화
매우 불안한 프로메테우스
이단적 명령

제2장 종교: 경험·전통·성찰
현실의 다양성
경험으로서의 종교
전통으로서의 종교
다시 한번: 현대적 상황에 대하여
개신교의 곤경
종교 사상의 세 가지 대안

제3장 연역적 가능성: 전통의 재확인
개신교의 신정통주의의 경우
‘광야의 만나 같은 것’
도약에의 비판
뇌성에 대하여

제4장 환원적 가능성: 전통의 현대화
현대성과의 협상
‘신화’ 협상
번역 모델
모델 비판
상징인 동시에 상징화하는 인간

제5장 귀납적 가능성: 전통으로부터 경험으로
다시 슐라이어마하로
귀납적 모델
이 모델에 대한 비판
확실성 추구와 그 좌절
원숙성을 위하여

제6장 예루살렘과 베나레스 사이: 앞으로 있을 종교적 대결
다르마는 서방으로 가다
대결하는 신과 내재하는 신
하나님의 은은한 북소리를 기다리며

역자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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