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이 시집은 ‘그대’라고 지칭되는 큰 자아 혹은 신성함에 대한 열렬한 구애이다. 시인은 죽음과 탄생, 그리고 다시 이어지는 탄생과 죽음의 원형적인 고리를 살아내는 시인의, 더 나아가 인간의 숙명을 노래한다. 그의 시는 때로는 에로틱한 이미지를 통해 사랑의 육체적인 본성과 이승과의 인연을 연결짓기도 하고, 때로는 세상의 미물, 이웃들, 또는 고향과 유년의 기억 속으로 파문처럼 끝없이 번져나가기도 한다.
[시인의 산문]
촛불, 그 선승(禪僧)과의 말 주고받기에 따라 세상을 푼다. 이때 우주, 그 거대한 구멍은 풀잎에 맺힌 한 방울의 이슬일 수도 있고 겨자씨 한 알맹이일 수도 있다.
나는 박새이고 개미이고 먼지이고 구름이고 오랑캐꽃이고 독새풀이다. 박새도 개미도 먼지도 구름도 오랑캐꽃도 독새풀도 아니다. 그 모든 것이다.
아프게 소멸된 과거와 간절하고 슬프게 기다려야 하는 미래를 현재의 사랑하는 마음속에다 함께 빚어 묵히면 금강석이 죽순처럼 자란다. 그것들이 창문 앞에 주저리주저리 발(簾)로 엮인다.
쥐 고양이 뱀 개 들의 시체 썩은 진흙탕물 속에 잔뿌리 박고 피는 연꽃이여, 꿀물 흐르는 그 꽃의 깊은 늪 속에 함몰하는 보석이여, 오르가슴 같은 환희여, 詩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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