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사소한 것들 속에서 생의 어떤 기미를 끄집어내는 직관적이고 섬세한 힘의 응집을 보여준다. 무료하고 적막한 오후의 둑길을 걷던 개의, 흠칫, 뒤돌아보는 눈동자 속에서 자신의 생을 반추하는 쓸쓸함과 비애를 보듯이, 우리의 생은 한갓 버려진 것이고 우연적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의미없는 발길을 멈추게 하는 그의 시는 그야말로 무섭도록 아름답다.
[시인의 산문]
그림 속의 접시 위엔
삶은 게가 올려져 있다.
껍질은 붉고 집게는, 쩍 벌어져 있다.
그림 주위엔 술병이나 술잔
젓가락이 놓여져 있지 않다.
찻잔은 이미 치워져 있고, 그
받침대만 남아 있다.
이건 단순한 그림일 뿐이다!
파먹을 수 있는 것,
나 자신밖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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