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정현종의 시들은 어떤 심각한 주제나 이야기를 우리들에게 전해주기보다, 그 자체 한 그루의 나무 한 꽃송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메시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닌데, 그것은 우리 주위의 사물들이 모두 사물 그 자체이며 또한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그 메시지는 굳이 말로 번역하자면, ‘펄펄 살아 있는 것의 기쁨이요 환희’라고 할 수 있다. 사물이 순간순간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라면, 그의 시는 한순간의 영원이다. 그래서 그의 시들은 매순간 사물과 인간의 행복한 교합을 이루어냄으로써 새로운 세계를 거듭 낳는다.
[시인의 산문]
시적 발상-나로서는 발아(發芽)라고 하고 싶은 그 순간은 세상살이의 터널을 빠져나오는 순간이다. 터널 끝의 눈부신 광원(光源). 시간에 새순이 돋아나는, 고속 발아(高速發芽)의 어지러움. 신명의 원천.
시는 타자(他者) 속으로 퍼져나가는 것이라고 나는 쓴 적이 있고, 힌두교의 타드 트밤 아시tad tvam asi- 네가 곧 그것이다라는 통찰을 시론의 한 정점에 놓은 일이 있다. 그런데 남미의 시인 옥타비오 파수가 그런 통찰의 한 세속적 변형이라고 할 수 있는 얘기를 아주 감칠맛 있는 문장 속에 요약한 게 있어서 같이 읽어본다. “가짜 시인은 거의 언제나 타자의 이름으로 자기 자신에 대해 말한다. 진짜 시인은 자기 자신한테 말할 때도 타자와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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