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중국 문학의 이해

전형준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1996년 5월 20일 | ISBN 9788932007885

사양 신국판 152x225mm · 316쪽 | 가격 8,000원

책소개

국내에서 중국 현대 문학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10여 년에 불과하다. 이 책은 지금까지의 현대 중국 문학 연구의 편향된 질곡으로부터 벗어나 저자의 연구 지평의 깊이와 넓이를 확장함으로써 다각적이고 균형 있는 연구의 성과를 이루었다.

[서문]

전형준 교수가 그 동안 연구한 논문들을 묶어 논문집을 출판하게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그간의 노고에 위로를 보낸다. 이것은 개인의 영광뿐만 아니라 중국 현대 문학계로서도 크게 축하할 일이다. 그 동안 많은 학자들의 연구 논문이 발표되었으나 연구 논문집으로 출판된 것이 없어 몹시 기다리던 터여서 더욱 반갑고 기대된다.

우리나라에서 중국 현대 문학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10여 년에 불과하다. 본격적이라는 뜻은 대학에서 ‘중국 현대 문학 연구’라는 강의 제목으로 강의를 시작한 것을 말한다. 그것은 1983년 제1학기에 서울대학교 대학원에 ‘중국 현대 문학 비평 연구’라는 강의가 개설되어 공개 강의를 한 것이 처음이라고 여겨진다. 그전에도 학부에서 ‘중국 현대 문학 작품 강독’ 또는 이와 유사한 강의가 있었으나 그것은 연구라기보다 강의 제목이 말하듯이 ‘작품 강독’이었다. 그러나 1980년 이전 심지어 1950년대에도 몇 대학의 대학원에서 중국 현대 문학을 연구한 석사학위 논문이 몇 편 발표된 것을 보았다. 대학에서 중국 현대 문학을 전공한 교수도 없고 더구나 자료도 거의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연구 논문이 나왔는지 지금 생각해도 매우 신기하게 여겨진다.

우리나라와 중국과의 국교가 단절된 것은 1949년 중공 정부가 수립되고부터이다. 그 후 한국 전쟁으로 두 나라의 거리는 더욱 멀어졌다. 그러다 중국에서 큰 변혁이 일어난 1976년 이후부터 작은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1970년대말부터 홍콩을 통해 중국에서 출판된 학술 서적들이 유입되기 시작했으나 불온 서적이라고 하여 정부의 엄격한 통제를 받았다. 1980년대초부터 학생들 사이에서는 1950, 60년대에 중국에서 출판된 중국 현대 문학에 관한 서적들이 은밀하게 나돌았다. 당시 한국에서는 민중 문학이 성행하던 시기였는데 중국의 현대 문학이 한국의 민중 문학과 맞물려 중국의 마르크스주의 문예 이론이 민중 문학의 전범같이 여겨졌다. 지적 호기심이 강한 학생들은 마치 새로운 문학 세계를 발견한 듯 여과되지 않은 마르크스주의 문학에 탐닉하였다.

당시 중국 문학계에서는 모택동 시대의 문학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어 과거 마르크스주의 문예의 극좌화에 대한 반성과 새로운 문학의 방향을 모색하고 있을 때였다. 우리나라에서 일고 있는 때늦은 중국 현대 문학, 그것도 1950, 60년대 문학의 열풍이라는 이상 현상에 대해 대학에서는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러한 이상 현상을 극복하는 길은 지하에서 숨어 다니는 중국 현대 문학을 밝은 세상 밖으로 끌어내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주위에서는 모험이라고 만류하는 사람들도 있었으나 어려움은 각오하고 있었다. 이것이 대학원에 현대 문학 연구 강의를 개설하게 된 전말이다. 초기에는 어려움도 있었으나 연구의 깊이와 폭이 넓어지면서 그것은 점차 극복되어 민중문학의 전범이 아닌 외국 문학의 연구로 정착되어갔다. 그 동안 10여 년 간에 각 대학에서 30여 편의 중국 현대 문학 연구의 박사학위 논문이 나왔고 또 많은 연구 논문이 발표되었다.

전형준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중국 현대 문학 연구의 제1세대에 속하는 학자로 중국 현대 문학 이론 연구에 뛰어난 업적을 남기고 있다. 전교수는 한국 문학계에서도 지명이 높은 문학비평가여서 한국 문학에 대한 많은 비평문과 논문을 발표하여왔다. 중국 문학자이면서 한국 문학 연구를 겸비하고 있어 그의 학문적 연구 시야는 어느 누구도 따를 수 없을 만큼 광범위하고 명확하다. 그는 중국 문학이 외국 문학으로 연구되어야 한다는 명확한 인식하에 예리한 통찰력과 냉철한 판단력으로 비평·연구하고 있어 시류에 편승하는 감각적인 연구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이것은 그가 오랫동안 한국 문학비평에서 경험한 지혜의 소산이라고 하겠다. 전교수의 논문을 보면 곳곳에서 그의 혜안과 재능이 돋보이고 문제 의식을 파고드는 연구자로서의 노력이 드러나 학자로서의 그의 뛰어난 자질에 감복하게 한다. 전교수는 1992년에 박사학위 논문으로 「신문학 시기의 리얼리즘 이론에 대한 연구」를 발표했다. 이 논문은 우리나라에서 중국의 현대 문학 사조론을 연구한 최초의 논문으로 중국 학자들의 이론을 예리하게 비판하여 학계의 주목을 받은 역작이다.

본 논문집은 네 부로 분류되어 있다. 제1부는 문학사 전반에 관한 문제를 다룬 논문이고, 제2부는 작가·작품론이며, 제3부는 그의 전공인 문학 이론이고, 제4부는 한국 문학과 중국 문학의 비교론이다. 여러 편의 논문을 묶은 것이 되어 주제가 통일되어 있지 않으나 그것은 그의 연구 시야가 그만큼 넓고 다양하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전교수의 그 동안의 연구 업적이 모여 한 권의 책으로 결실되어 출판하게 된 것을 다시 한번 축하하며, 이 책의 출판을 계기로 더욱 훌륭한 연구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하는 마음 간절하다.

– 1996년 1월, 관악산 자하연 가에서

[책머리에]

저자가 현대 중국 문학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여 그 첫 성과물 「노신 소설과 5·4 운동」을 발표했던 것이 1984년 겨울이었다. 그로부터 만 11년이 지난 이제, 그 동안 써온 이 방면의 글들을 모아 한 권의 책을 엮으면서 저자는 착잡한 감회에 젖는다.

우리나라에서 현대 중국 문학에 대한 연구가 본격화된 것은 1980년대 들어서의 일이다. 김시준·허세욱 등 몇 분 선생님들의 개척적인 연구가 선행되었고, 그뒤를 이어 젊은 연구자들이 대거 등장했다. 저자 역시 그 젊은 연구자들 중의 하나이었거니와, 그들 중 다수가 윗 세대의 가치 중립적 태도와는 달리 뚜렷한 경향성을 띠었다. 그 경향성은 당시 국내의 민중 문학 운동의 조류와 관련지어 이해되어야 한다. 민중 문학 운동의 관점이 그것에 침투되고, 역으로 그것은 자신의 연구를 가지고 민중 문학 운동에 간여하고자 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연관이 연구의 급속한 확산을 위해 크게 기여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그러나 그것은 동시에 그 확산을 내적으로 대단히 불균형한 것으로 만드는 데에도 똑같이 기여하였다. 그 결과, 정작 중국에서는 개방성을 추구하는 새로운 연구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데 반해 우리나라에서는 오히려 5, 60년대 중국의 지배적 연구 경향이 널리 받아들여지는 아이러니한 대조가 나타났던 것이다.

국내 민중 문학 운동에 대해 지지하되, 비판적으로 지지하던 저자가 그 경향성에 대해서도 역시 비판적 지지의 입장을 가졌던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대부분의 경우가 그렇듯 비판적 지지라는 입장은 괴로운 입장이다. 그 경향에 동화되기를 요구하는 데 대해서도 반대해야 하고 그 경향을 거의 반공주의에 가까운 보수적 입장에서 비난하고 매도하는 데 대해서도 반대해야 하는데, 그 이중의 반대 때문에 양쪽 모두로부터 혐의를 받거나 비난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저자의 현대 중국 문학 연구는 한국 문학에 대한 간여의 의도도 포함하고 있었다. 중국 문학의 유사한 경험에 대한 해석을 통해 주로 80년대 민중 문학의 편향성을 간접적으로 비판하고 그 편향을 바로잡기 위한 하나의 참조를 제공하고자 한 것이다.

저자의 이러한 입장과 의도는 항상 자신의 연구에 스스로 제약을 가하는 일종의 자발적 질곡으로 작용했다. 실은 그 질곡의 작용을 의식하는 일이 필자로서는 가장 괴로웠던 것 같다. 문학 연구가 획득해야 할 깊이와 넓이를 욕망하면 할수록 괴로움은 커졌다. 더구나 현대 중국 문학의 연구자로서의 ‘나’와 한국 문학의 비평가로서의 ‘나’가 내적으로, 심층적으로 통합되기는커녕 표층적으로도 별다른 관련을 맺지 못하고 따로따로 부유하고 있으며, 한국 문학의 비평가로서의 ‘나’에 비해 현대 중국 문학의 연구자로서의 ‘나’가 훨씬 열정이 부족하다는 데 대한 자기 인식은 현대 중국 문학의 연구자로서의 ‘나’를 더욱 괴롭혔던 것이다. 이 책에 실린 대부분의 글들은 그러한 괴로움 속에서 씌어진 것들인바, 이제 한데 묶으면서 돌이켜보니 괴로움보다는 자괴감으로 다가든다. 11년 동안의 성과가 기껏 이 정도밖에 안 되는 것인가. 마땅히 반성하고 극복해야 할 일이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을 장르상으로 보자면, 절반 정도는 논문이지만 나머지는 논문 이외의 여러 장르들이 뒤섞여 있다. 지상 토론의 응답문도 있고, 저널리즘의 수요에 따라 씌어진 계몽적 해설문도 있고, 시선집이나 비평 선집의 역자 해설 및 편자 해설도 있으며, 중문학 교육의 맥락에서 씌어진 것도 있다. 비록 장르는 여러 가지이지만 그 주제는 일관되는 바가 있다. 1부는 문학사적 맥락의 것들로, 2부는 작가론·작품론적 맥락의 것들로, 3부는 문학 이론적 맥락의 것들로 각각 구성했다. 4부의 「북경에서의 김남주 읽기」는 한국 문학과 중국 문학이 만나는 하나의 내면 풍경에 대한 묘사인바, 일종의 보유로서 실은 것이다. 글들의 내용이 부분적으로 조금씩 중복되는 경우도 있어서, 정도가 심한 것은 그 부분을 삭제했고 부분적 삭제로도 해결이 안 되는 글 몇 편은 아예 수록에서 제외했다. 그 밖에 명백한 오류를 바로잡기 위해서, 그리고 용어의 통일을 기하기 위해서 일부 수정한 이외에는 원래의 발표문 형태를 될 수 있는 한 그대로 유지했다. 지금의 눈에는 유치하거나 소박해 보이더라도 당시로서는 그게 저자 자신의 정직한 모습이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의 현대 중국 문학 연구도 종래의 편향성을 벗어나 균형을 얻고 빠른 속도로 깊이와 넓이를 이루어가는 중이다. 저자 역시 종래의 질곡으로부터 벗어나 자신의 연구 지평의 깊이와 넓이를 새롭게 조망하고자 한다. 이 책에 실린 글들 중 약간은 그 새로운 조망을 탐색하는 가운데 씌어졌다. 이 책의 출판을 전환의 계기로 삼아 현대 중국 문학의 연구자로서의 ‘나’를 강화하고 그 ‘나’와 한국 문학의 비평가로서의 ‘나’를 통합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을 스스로 다짐한다.

– 1995년 12월, 청주에서 전형준

목차

서문
책머리에

1
20세기 중국 문학론 비판
현대 중국 문학 연구의 몇 가지 문제
현대 중국 문학의 어제와 오늘
대만 문학에 대하여

2
봉건과 근대의 착종
혁명 문학과 리얼리즘의 사이
노신 소설과 5·4 운동
노신, 혹은 전략과 진실 사이
현대시 형성기의 시인들
생명의 불길과 그 형태화

3
노신의 리얼리즘 이론
좌련 시기의 리얼리즘 이론
민족 형식 논쟁에 대하여
현대 중국의 정치와 문학
현대 중국의 문학 이론

4
북경에서의 김남주 읽기

작가 소개

전형준 지음

전형준(필명 성민엽)은 1956년 경남 거창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중문과를 졸업하고 같은 과 대학원에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문학평론 부문에 당선되어 평단에 나온 뒤, 『우리 시대의 문학』과 『문학과사회』 편집동인으로 활동했다. 현재 서울대학교 중문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문학과지성사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현대 중국문학의 이해』 『현대 중국의 리얼리즘 이론』 『무협소설의 문화적 의미』 『동아시아적 시각으로 보는 중국문학』 등의 학술서와 『지성과 실천』 『문학의 빈곤』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등의 문학비평집이 있다. 그밖에 『아Q 정전(루쉰 소설선)』 『변신인형(왕멍 장편소설)』 등의 역서와 『민중문학론』 『루쉰』 등의 편저가 있다. 한국중국현대문학학회장, 서울대학교 동아문화연구소장 등을 역임했으며 소천비평문학상과 현대문학상, 팔봉비평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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