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

정현종 시선

정현종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1996년 4월 25일 | ISBN 9788932008530

사양 · 146쪽 | 가격 4,000원

책소개

30여 년을 일관되게 시를 써온, 바람의 시인이며 자유의 시인 정현종의 시선집. 근대 이후 고통스럽게 걸어온 한국 문학 속에서 ‘기쁨의 언어’로 노래해온 시인의 지극한 경지를 보여주고 있다.

[기획의 말]

근대로의 진입 이후 한국 문학은 온통 고통의 언어로 가득하다. 거기에는 두 가지 서로 다른 고통이 착종되어 있다. 하나는 현실 자체가 이미 명백한 고통인 데서 비롯되는 고통이다. 다른 하나는 문학이 그 자신 고통이 됨으로써 거짓 행복과 거짓 화해의 세계의 가면을 벗기는, 그러한 고통이다.

그러나 오늘의 문학이 반드시 고통의 언어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시인 정현종이다. 정현종은 고통의 한국 문학 속에서 기쁨의 언어를 노래해온 아주 예외적인 시인이다. 정현종의 기쁨의 언어는 현실의 고통을 외면하는 데서 비롯되는 것도 아니고, 거짓 행복과 거짓 화해의 세계에 함몰되는 데서 비롯되는 것도 아니다. 이 기쁨의 언어는 제도화된 억압의 은폐를 민감하게 포착하되, 그 구속을 부정하고 거부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그 구속으로부터 자유로운 인간의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구성하는 데로 나아간다. “구속된 상태에서 구속에 대한 부정에 의해서만 예술은 자유의 이미지를 유지할 수 있다”는 아도르노의 언술을 정현종의 기쁨의 언어는 한편으로 껴안으면서 다른 한편으로 성큼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1965년에 등단한 이래 4 19 세대의 시, 한글 세대의 시를 대표하는 몇 안 되는 시인들 중의 하나로서 30여 년을 일관되게 수행해온 정현종의 시업은 이제 기쁨의 언어의 지극한 경지에 이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정현종은 초기 이래로 바람의 시인이며 자유의 시인이었다. 바람이 자유의 바람인 것은 자연스럽다. 바슐라르의 말처럼 “바람의 환희는 자유”인 것이다. 그런데 정현종의 바람은 자기 자신만 홀로 자유로운 존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타자에게도 작용하여 타자를 변화시키는 능동적 존재이다. 그것은 생명의 우주적 숨결이 된다. 인간과 자연과 우주의 막힌 숨구멍을 터주어 숨을 잘 쉴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이 바람은 물·불과 함께 정현종 특유의 에로스적 상상력을 빚어낸다. 정현종의 에로스적 상상력은 인간과 사물, 인간과 자연, 인간과 우주, 그리고 고체와 액체, 기체 들을 소통시키고 융합시킨다. 시인은 그 소통과 융합의 장면 앞에서 경탄하며 신명 들린 듯 기쁨의 언어를 토로하고 황홀에 도취한다.

대체로 자연은 그 소통과 융합의 현장이 되고 문명은 그것을 방해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정현종은 단순한 문명 비판자요 자연 찬미자인 것이 아니다. 정현종이 비판하는 것은 문명 자체가 아니라 억압된 문명이며 찬미하는 것은 자연 자체가 아니라 억압 없는 자연이기 때문이다. 정현종은 억압 없는 세계의 이미지, 자유의 이미지를 자연 및 자연과의 교감으로부터 길어내는 것인데, 그 이미지를 문명에 투사할 때 문명은 그것이 은폐한 과잉 억압을 드러내며 억압 없는 문명의 가능성을 시험받게 된다. 여기에 정현종의 해방의 시학의 요
– 체가 있다.

목차

[기획의 말]

[고통의 축제]
독무 / 화음 / 외출 / 교감 / 그대는 별인가 / 붉은 달 / 철면피한 물질 / 사물의 꿈 1 / 나는 별아저씨

[나는 별아저씨]
불쌍하도다 / 고통의 축제(祝祭) 2 /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 / 창(窓) / 공중에 떠 있는 것들 1 돌 / 공중에 떠 있는 것들 2 나 / 공중에 떠 있는 것들 3 / 공중에 떠 있는 것들 4 / 다시 술잔을 들며 /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나 / 섬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
잔악한 숨결 / 초록 기쁨 / 하늘의 허파를 향해 / 거지와 광인(狂人) / 벌레들의 눈동자와도 같은 / 가객(歌客) / 달도 돌리고 해도 돌리시는 사랑이 / 느낌표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 품 / 몸뚱어리 하나 / O / 정들면 지옥이지 / 시창작(詩創作) 교실 / 태양에서 뛰어내렸습니다 / 천둥을 기리는 노래 / 자[尺] /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

[한 꽃송이]
나의 자연으로 / 길의 신비(神秘) / 갈대꽃 / 바보 만복이 / 좋은 풍경 / 쓸쓸함이여 / 환합니다 / 올해도 꾀꼬리는 날아왔다 / 요격시 2 / 청천벽력 / 한 숟가락 흙 속에 / 한 꽃송이 / 사자 얼굴 위의 달팽이 / 나무 껍질을 기리는 노래 / 들판이 적막하다

[세상의 나무들]
그 두꺼비 / 스며라 그림자 / 구름의 씨앗 / 이슬 / 세상의 나무들 / 내 어깨 위의 호랑이 / 꽃잎 / 밤하늘에 반짝이는 내 피여 / 바다의 열병(熱病) / 그 꽃다발 / 석벽(石壁) 귀퉁이의 공기 / 헤게모니 / 날개 그림자

[나의 시를 말한다] 시에 대한 몇 가지 생각

[연보]
[원문 출처]

작가 소개

정현종 지음

정현종은 1939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3살 때부터 중학교를 졸업할 무렵까지 경기도 화전에서 유소년기를 보냈는데, 이때의 자연과의 친숙함이 그의 시의 모태를 이룬다. 연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신태양사·동서춘추·서울신문사 문화부 기자로 재직하였다. 그 후 1974년 마국 아이오와 대학 국제 창작 프로그램에 참가했으며, 돌아와서는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 교수, 연세대학교 국어국문과 교수를 역임했다.

1965년 『현대문학』을 통해 시단에 등장한 그는 지금까지 쉼 없는 창작열과 자신의 시 세계를 갱신하는 열정으로 살아 있는 언어, 새로운 문학의 가능성을 열어 보여왔다. 첫 시집 『사물의 꿈』을 출간한 이래 『나는 별아저씨』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 『한 꽃송이』 『세상의 나무들』 『갈증이며 샘물인』 『견딜 수 없네』 『광휘의 속삭임』 등의 시집과, 『고통의 축제』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이슬』 등의 시선집을 펴냈다. 또한 시론과 산문을 모은 『날자, 우울한 영혼이여』 『숨과 꿈』 『생명의 황홀』 등을 출간했으며, 다수의 해외 문학 작품집을 번역했다. 그리고 2015년 4월, 등단 50주년을 맞은 시인은 그의 열번째 시집인 『그림자에 불타다』와 산문집 『두터운 삶을 향하여』를 상자했다. 한국문학작가상, 연암문학상, 이산문학상, 현대문학상, 대산문학상, 미당문학상, 경암학술상(예술 부문), 파블로 네루다 메달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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