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가 나라 안팎을 여행하면서 느낀 단상들을 묶은 산문집. 저자는 여행을 통해서 낯선 삶들을 관찰하고 여행을 통해 접하는 모든 것들을 호기심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땅에 살고 있는 우리의 삶과의 대조를 통해 깊이 있는 사유의 반성을 이끌어낸다.
[머리말]
나는 여행을 자주 하는 편도 아니고, 게다가 그 여행은 대부분 행사나 회의 등등의 용무가 있는 것이어서 한가한 관광꾼은 되지 못해왔다. 그럼에도 더러, 이곳 저곳 구경도 하게 되고 이런 삶 저런 풍경을 관찰하게도 된다. 그것들은 귀에 익기도 하지만, 낯선 것들이 당연히 더 많다. 그런데 그 낯익고 귀설은 것들은 내게 새로운 것들에 대한 호기심보다는, 나의 땅에 살고 있는 우리의 삶과의 대조와 거기서 일구어지는 반성으로 내 마음을 더 크게 쏠리게 한다. 그 성찰들은, 특히 남미나 아프리카에서 더 강한 인상으로 다가온 것이지만, 나의 상투적인 인식의 폭을 훨씬 뛰어넘는 인간의 갖가지 삶의 방식과, 그것들이 연유하는 자연과 역사들의 무한한 깊이를 생각하게 하고, 우리의 존재 양식에 대해 겸손하게 사유해볼 것을 요구한다. 아마도 여행이 내게 각별한 뜻을 가지게 된 것은 이 때문이리라.
이 산문집의 글들은 그렇게 나다닌 나라 안팎에서 얻은 그런 느낌과 생각들을 스스럼없이 술회해본 수상들이다. 그래서 이 책은 여행에의 안내가 아니라 우리와 다른 숱한 삶의 풍경들에 대한 한 내면적 감동의 고백이 될 것이다. 나는 내 스스로가 마음내켜 이 산문들을 쓰면서도, 낯선 풍경들 속에서 얻은 응시의 사유를 통해 나의 삶과 생각들을 아주 겸허하게 들여다보고 굳어져가는 나의 일상의 테두리를 벗어날 꿈을 꾸었다.
가난한 마음으로 꿈을 꾸는 일은, 한없이 바쁘기만 한 이 시대에, 순수한 해방감을 길어준다. 나는 그 희귀한 자유의 기쁨을 가끔은, 마음껏 즐기고 싶다.
– 1997년 1월, 김병익
책머리에
비상에의 꿈
페루에는 페루 사람들이 산다
무구한 자연, 그 순수의 설움
러시아, 소련 그리고 사회주의
우공의 호수를 보며
남도 말씨와 ‘예향’의 뿌리
기억 속의 고향, 기억 밖의 타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