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의 눈

문학과지성 시인선 193

마종기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1997년 2월 20일 | ISBN 9788932008820

사양 신46판 176x248mm · 116쪽 | 가격 9,000원

수상/추천: 편운문학상

책소개

『이슬의 눈』은 넉넉하고 따뜻한 시선이 깊은 감각과 맞물려 있는 뛰어난 시집이다. 흔히 넉넉하다는 것은 완숙한 경지의 특성이기도 하면서 반면에 뚜렷하고 굵은 한 면모 때문에 섬세하고 미묘한 삶의 감각을 놓치고 마는 느슨함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러나 이 시집의 시들은 인생의 작고 큰 일들의 다사다난함을 간추림 없이 담고 있고, 다채로울 수밖에 없는 삶의 상반된 감정들이 살아 있는 듯이 생생한 감각으로 묘사되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그 배면에 그 모든 걸 포용하는 깊은 넉넉함이 가라앉아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 시집은 서로 잘 어울리기 어려운 신선함과 원숙함이 조화를 이루는 특이한 경험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시인의 산문]

나는 둔한 사람보다 빠른 사람을 좋아한다. 빠른 사람보다는 정확한 사람을, 그보다는 용기 있는 사람을 좋아한다. 용기 있는 사람보다는 나는 정직한 사람을 존경한다. 정직한 사람보다는 책임지는 사람을, 책임질 줄 아는 사람보다는 옳은 길을 가는 사람을 존경한다. 그러나 옳은 사람보다는 나는 착한 사람을 더 존경한다.

몇 달 동안 내 여유의 시간을 모두 정성껏 모아
세 편의 시를 피 흘리며 겨우 끝내고
며칠 후 그 시들을 읽고 다시 읽다가
부끄러워 다 찢어서 쓰레기통에 버렸다.
수십 년이지, 사라진 시간의 백발과 주름살
억울하고 시원해서 밖으로 뛰쳐나오니
아, 주위는 단풍이 고운 가을이었구나.
낙엽까지 날려야 더 좋게 보이는 나이이긴 하지만
머리를 감싸고 짓누르던 풍경과 낱말들이
바람 타고 자유롭게 떠나는 게 보인다.
그 떠나는 시들이 내 마음의 스산한 내막을 소문내면
내년쯤에는 참 좋은 시가 찾아와줄까.
참 좋은 시 한 편 나를 찾아와줄까.

절벽, 절해고도의 고마운 절벽. 내 말은 언제나 절벽에 부딪쳐 깨어져야 겨우 작은 빛이 되고 의미가 되었다. 비록 고통의 의미가 될지언정 내게는 그 부서진 포말만 황홀하게 기억될 뿐이다. 절벽은 자꾸 높아만 간다. 나는 다시 부딪치러 달려가야 한다.

작가 소개

마종기 지음

1939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나 연세대 의대, 서울대 대학원을 마치고 1966년 도미, 미국 오하이오 주 톨레도에서 방사선과 의사로 근무했다. 1959년 『현대문학』 추천으로 시를 발표하기 시작한 뒤, 『조용한 개선』(1960), 『두번째 겨울』(1965), 『평균율』(공동시집: 1권 1968, 2권 1972), 『변경의 꽃』 (1976), 『안 보이는 사랑의 나라』(1980), 『모여서 사는 것이 어디 갈대들뿐이랴』(1986), 『그 나라 하늘빛』 (1991), 『이슬의 눈』 (1997), 『새들의 꿈에서는 나무 냄새가 난다』(2002), 『우리는 서로 부르고 있는 것일까』 (2006), 『하늘의 맨살』 (2010), 『마흔두 개의 초록』 (2015) , 『천사의 탄식』 (2020)등의 시집을 펴냈다. 그 밖에 『마종기 시전집』 (1999), 시선집 『보이는 것을 바라는 것은 희망이 아니므로』 (2004), 산문집 『별, 아직 끝나지 않은 기쁨』(2003)과 『아주 사적인, 긴 만남』(2009), 『당신을 부르며 살았다』 (2010), 『우리 얼마나 함께』 (2013), 『사이의 거리만큼, 그리운』 (2014) 등이 있다. 한국문학작가상, 편운문학상, 이산문학상, 동서문학상, 현대문학상, 박두진문학상, 대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독자 리뷰

독자 리뷰 남기기

7 +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