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따뜻한 말 속에 욕망이 숨어 있다』는 마음의 풍경을 담아내는 비가이다. 시인은 마음의 슬픈 소용돌이를 빠져나와 절제된 눈빛으로, 주위의 사물들이 빚어내고 있는 풍경 속으로 들어간다. 시인이 참여하고 있는 풍경 속의 사물들은 시인의 마음의 언어가 되어 시를 낳고, 슬픈 곡조가 되어 울려퍼진다. 무표정한 사물들에 풍부한 감정의 표정을 부여함으로써 이 비가들은 무겁고 처연한 정서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단단한 슬픔의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시인의 산문]
내 시의 비밀스런 속살은 묘사일 것이다. 묘사는 내 시의 성감대이며 기의의 세계로 드는 문이다. 묘사는 사물의 색깔과 소리를 일으켜세워 이미지를 만들고 이미지들은 서로 버팅기며 메시지를 엮는다는 나의 믿음은 소박하고 수줍다. 내 시에서 기표가 기의를 앞서는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이 시집에서 뇌관의 언어는 길과 욕망이다. 기에는 나의 내면 풍경을 이루는 사유 공간이 있고 욕망에는 천박한 자본주의가 있다. 이 두 세계는 서로 등 돌리고 있다. 한쪽이 안을 이루면 한쪽은 바깥을 이루지만 어느새 슬며시 손잡고 있어 나를 당혹하게 한다. 길은 이미 욕망으로 들었거나 욕망이 길 위에 있었던 것이다.
말이 허무주의에 물들 때 난폭해지며 정신주의에 물들 때 거만해진다. 말은 삶이고 역사이다. 거대한 삶이 없듯이 왜소한 역사도 없다. 말은 작고 아름다운 삶에 깃들여야 하고 거대하고 도저한 역사에 당당해야 한다. 살아 숨쉬는 말을 찾아 떠돌던 날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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