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시아 마르케스

원제 Garcia M´arquey, Gabriel

송병선 편역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1997년 7월 22일 | ISBN 9788932009360

사양 신국판 152x225mm · 240쪽 | 가격 8,000원

책소개

노벨상 수상 작가 마르케스에 대한 작가 작품론. 이 책은 특정한 방향의 이론적 접근을 배제한 채 텍스트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비평적 관점을 폭넓게 제시한 글을 수록했으며, 외국 문학 연구는 국내 문학과 연관을 가져야 한다는 엮은이의 생각이 잘 반영되어 있다.

[머리말]

요즘 들어 국내에서 라틴아메리카 문학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 문학계만의 독특한 현상은 아니다. 1960년대 이후로 세계를 강타한 라틴아메리카 문학은 이제 20세기 후반의 세계 문학사에서 가장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금세기초에 조이스, 헤밍웨이, 포크너가 세계적인 인물이 되었듯이, 이제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카를로스 푸엔테스 등의 이름들은 세계 문학인들의 입에 보편적으로 오르내리는 이름이 되었다. 그러나 이 작가들의 작품은 우리에게 아직도 생경하게 다가오고, 세계 문학사의 한 장을 차지하는 작가라는 인식 대신에 단순히 제3세계의 작가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백년 동안의 고독』으로 어느 정도는 우리에게 친숙한 작가이다. 그 동안 몇몇 문학지에서 그에 관한 특집과 몇 편의 글들이 발표되긴 하였지만, 대부분 작가나 특정 작품의 소개 정도에 그치거나, 아니면 우리에게 각인되어 있는 ‘마술적 사실주의’에 관한 초보적인 글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가르시아 마르케스에 관한 작가 및 작품론이 한 권의 책으로 엮이게 되는 것은 전공자에게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두려운 일이다. 그에 관한 연구가 국내에서 이제야 비로소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는 점은 반갑기 그지없지만 국내에 번역된 그의 대부분의 작품에서는 오역이 많이 눈에 띄고, 또한 제대로 이 작가를 알려야 한다는 의무가 막중하다는 점에서 두렵기 한이 없다.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작품에 드러난 기존의 오역은 구체적인 단어의 오역에 그치거나 아니면 특정 대목의 애매함의 오역이 거론되는 영어권·불어권·독어권의 작품과는 궤를 달리한다. 그것은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문체적 특성을 적절히 살려준 번역본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아직 국내의 독자들은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작품이 지니는 매력을 제대로 맛볼 수가 없었다. 이렇게 문학비평의 기초를 이루는 텍스트부터 많은 문제점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처음이라는 설렘에 앞서 이 책을 준비하는 데는 많은 고민이 뒤따랐다. 또한 기존에 출판된 문학과지성사의 ‘작가론 총서’가 죽은 작가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점과는 달리,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아직도 왕성하게 창작 활동을 하는 작가이다. 일흔 살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그는 계속해서 새로운 관점으로 우리를 깜짝 깜짝 놀라게 한다. 그의 작품 세계를 돌이켜보면 앞으로 어떤 작품을 쓸지 종잡을 수가 없다. 도대체 어떤 글을 선정해야 앞으로의 문학 세계를 예언할 수 있을까?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작가론은 이런 점쟁이적 기질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것이 바로 이 책을 준비하면서 느낀 또 다른 어려움이었다.

흔히들 상호 텍스트성 미학의 정수는 이 책과 같이 하나의 엮은이가 여러 글을 묶은 데에서 발견된다고 한다. 이것은 엮은이가 전면에 나서서 무언가를 주장하지는 않지만, 선정된 타인의 글을 통해 자기 목소리를 내기 때문이다. 이 책도 분명히 이런 목소리를 숨기고 있다. 그럼 이 목소리는 무엇일까? 첫째는 다양한 각도에서 가르시아 마르케스를 읽고자 하는 것이다. 이것은 특정한 이론적 접근을 가능한 한 배제했음을 뜻한다.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이름을 언급할 때면 대부분 ‘마술적 사실주의’를 떠올린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마술적 사실주의’에 관해서만 다룬 독립적인 글은 없다. 따라서 많은 독자들은 실망을 할지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마술적 사실주의’가 모든 글에 나타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마술적 사실주의’란 정의될 수 없는 개념이며, 단지 텍스트에 나타난 요소 및 글쓰기 행위와 관계되어 설명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는 텍스트 읽기에 중점을 두었다는 점이다. 사실 미국이나 유럽 혹은 라틴아메리카에서 출판된 학술지에 실린 그에 관한 글들은 너무 전문적이며, 따라서 깊이는 있을지언정 폭은 넓지가 않다. 이런 것은 가르시아 마르케스 연구가 어느 정도 자리잡고 있고, 상당히 수용되어 있는 나라에서는 가능할지 모른다. 그렇지만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작품들이 제대로 읽혀지지 않고 심지어는 작품조차 제대로 번역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이론에 바탕을 둔 접근은 자칫 그의 문학 세계를 오도할 우려가 있다. 이런 이유로 여기에 수록된 대부분의 글은 텍스트의 이해를 바탕으로 많은 비평적 관점을 폭넓게 제시하는 것으로 선택하고 한정해야만 했다.

셋째는 모든 외국 문학 연구는 어느 정도 국내 문학과 연관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최근 들어 우리 문학은 상상력의 부재라는 문제점을 많이 지적받고 있다. 그래서인지 많은 작가들이 라틴아메리카 문학에서 무한한 상상력을 맛보고 싶어하는 것 같다. 여기에 수록된 글은 ‘비평’이라는 제한성 때문에 그의 상상력이 무엇인지 모두 다 밝히지는 못하지만 그의 상상력이 어떻게 구성되며, 어떻게 탄생되는가를 밝히는 글을 중심으로 선정했다.

이 책에 수록된 글은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두번째 작품인 『아무도 대령에게 편지하지 않다』부터 1989년에 출판된 『미로 속의 장군』까지를 분석 대상으로 삼고 있다. 여기에서 빠진 첫째 작품인 『낙엽』은 아직까지 그리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 못하다. 또한 세번째 작품인 『불행한 시간』은 다른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작품에 비해 너무 직설적이며 당대의 폭력에 대응하기 위한 요구로 긴박하게 씌어졌기 때문에 그의 문학계에서 가장 뒤처진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이런 이유로 『낙엽』과 『불행한 시간』은 분석에서 제외되었다. 또한 1994년에 출간된 『사랑과 다른 악마들』과 1996년에 빛을 본 『어느 납치 소식』은 최근 작품이기 때문에 아직도 제대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 않다. 이 작품들에 관한 비평도 서평 수준에 불과하므로 부득이 수록할 수 없었음을 밝힌다.

또한 그의 소설 세계를 라틴아메리카적 시각에 한정시키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흔히 라틴아메리카 문학에 관한 글을 읽을 때면 ‘이것이 바로 라틴아메리카의 정수를 보여준다’는 식으로 시작하여 끝을 맺는다.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라틴아메리카의 현실에 바탕을 두지만, 그런 지역적 현실은 보편적 관점의 글쓰기를 통해 세계성을 획득한다. 이런 점에서 다양한 시각에서 그의 작품이 미국과 유럽 문학의 관점에서도 조명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려고 했음을 밝혀둔다.

이 책을 준비하고 발행하는 시점은 매우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금년은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70세가 되는 해이고, 그가 작품 활동을 한 지 50년이 된다. 또한 그를 세계적인 작가로 발돋움하게 만든 『백년 동안의 고독』이 출간된 지 정확히 30년이 되는 해이며, 그가 노벨상을 받은 지 15년이 흐른 해이다. 이런 시점에서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출판되는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첫 비평집인 이 책은 그의 모든 것을 보여주려고 시도하지 않으며, 그럴 수도 없다는 사실을 시인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그의 작품에 관한 초석은 어느 정도 제공해줄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이제 남은 것은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일반 독자들이 여기에 실린 글들과 얼마나 많은 독서 체험을 공유하는가와 우리가 몰랐던 것을 얼마나 많이 밝혀주고 공감하는가의 문제이다. 그리고 전공자들에게는 그의 문학을 심도 있게 연구하는 것과, 우리의 문학 현실에 비추어 그의 작품에서 배울 것이 무엇인지 탐색하는 작업도 앞으로의 당면 과제이다.

– 1997년 7월, 송병선

목차

책머리에

제1부 작품론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송병선
가르시아 마르케스 소설의 현실과 환상: 존 브러쉬우드
헤밍웨이와 가르시아 마르케스: 아덴 헤이스
한국 전쟁과 가르시아 마르케스: 송병선
[알렙]과 『백년 동안의 고독』: 조지 맥머레이
역사성, 카니발화, 마술적 사실주의: 송병선
지정된 (불행한) 시간을 향하여: 호세 미겔 오비에도
역사와 노년기의 황폐함을 물리치면서: 핼리 오버헬만
『미로 속의 장군』: 이사벨 로드리게스 베르가라

제2부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글과 대담
라틴 아메리카의 고독: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어느 이야기에 관한 이야기: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아버지가 말하는 가르시아 마르케스: 핼리 오버헬만
지식인들이 가르시아 마르케스에게 묻다: 에바 노르빈드
가르시아 마르케스, 마르셀 프루스트에게 고백하다: 알베르토 살라메아

가르시아 마르케스 연보
수록 논문 출처
참고 문헌
필자 소개

작가 소개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928년 콜롬비아의 아라카타카에서 태어났다. 콜롬비아 국립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했으며 카르타헤나 대학에서 수학했다. 1947년 「세번째 체념」이란 단편을 『엘 에스펙타도르』란 신문에 게재한 것을 시작으로 『낙엽』 『마마 그란데의 장례식』 『백년 동안의 고독』 『푸른 개의 눈』 『족장의 가을』 『콜레라 시대의 사랑』 『미로 속의 장군』 『사랑과 다른 악마들』 등의 소설을 써냈고, 그외 르포, 기사, 시나리오 등 많은 저서를 펴냈다. 『엘 에스펙타도르』 신문 기자, 중남미 통신 기자, 뉴욕 주재 중남미 통신 부지국장 등을 지냈으며, 1971년 미국의 컬럼비아 대학에서 명예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2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것을 비롯하여 베네수엘라의 로물로 가예고스 상 등을 수상했다. 1996년 르포소설 『어느 납치 소식』을 출간했으며, 현재에도 계속 창작 활동중이다.

송병선

한국외국어대학교 스페인어과를 졸업했으며, 카로 이 쿠에르보 연구소에서
석사학위를, 콜롬비아의 하베리아나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하베리아나 대학교와 콜롬비아 국립 대학교의 전임교수를 역임했으며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역서로 『사람이 살았던 시대』 『천사의 음부』 『위대한 독재자는 죽었습니다』 『뜨거운 달』 『마법의 도시 야이누』 등이 있으며 『외국문학』 『문학정신』 『상상』 등에 라틴아메리카 현대 문학에 대한 많은 글을 발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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