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종의 시 세계에는 가두리가 없다. 한없이 작은 것에서부터 우주적인 것에까지 축소되고 팽창한다. 시간의 경계와 공간의 경계를 무시할 뿐만 아니라 몸과 마음의 경계를 허물어뜨린다. 그의 상상력은 모든 사물들의 형태를 결정짓는 가두리를 터뜨리고, 그의 시들은 사물과 인간, 공간과 시간, 행동과 정지, 소리와 침묵 등등의 틈과 경계 속으로 비집고 들어가 어느덧 그 테두리들을 증발시켜버린다. 그래서 그의 시의 언어들은 정해진 의미의 감옥을 견디지 못하고 언제나 요동치고 들썩거린다.
[시인의 산문]
너는 내 속에서 샘솟는다
갈증이며 샘물인
샘물이며 갈증인
너는
내 속에서 샘솟는
갈증이며
샘물인
너는 내 속에서 샘솟는다
– 「갈증이며 샘물인」 전문
▧ 시인의 말
갈증이며 샘물인
이 귀신아
불 멸
어떤 성서
기적-간이역
귀뚜라미야
팔다리는 반짝인다
오 늘
오늘 밤
물방울-말
한 생각이 스쳐
푸르른 풋시간이여
모국어
사전을 기리는 노래
이 바람결
움직이지 말아야지요
다른 나라 사람
말없이 걸어가듯이
우리는 구름
궁 지
날 개
마음은 떡잎
게걸음으로
푸른 하늘
가짜 아니면 죽음을!
한없는 지평선
아침 햇빛 1
아침 햇빛 2
여름 저녁 1
여름 저녁 2
오후 네시 속으로
새여 꽃이여
걸음걸이 1
걸음걸이 2
걸음걸이 3
걸음걸이 6
아름다움으로
꽃 深淵
아무도 말해주지 않는 인생
바람 속으로
자연에 대하여
숨어 있는 아름다움
사랑은 나의 권력
그 가벼움
떠돌겠다고
꽃잎 2
아름다움이여
잘 떴다 알몸이여
작은 국화분 하나
너의 목소리
안 부
날아라 버스야
몸이 움직인다
숲가에 멈춰 서서
예 술
일상의 빛
너는 자기가 생각하는 자기보다……
하늘의 혈관
바람이여 풀밭이여
시간은 두려움에 싸여 있다
때와 공간의 숨결이여
▧ 해설| 너-꽃 심연 속의 내 손가락·이광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