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의 장벽을 뛰어넘어 애정과 이해의 시각이 돋보이는 비평집. 저자는 1990년대 작가들의 작품과 시대의 초상을 수려한 문체와 격조 높은 시각으로 분석하고 있다.
[머리말]
악마의 산물이 문학이라는 담론이 욕망에 젖은 거리에 출렁거리고 있다. 혹은 심리적 분석을 통한 변명으로부터, 혹은 정신적 극복을 모색하는 경계에 이르기까지 이 담론을 바라보는 시각들은 서로 엇갈린다. 아마도 이 모든 극을 포함하는 총체가 인간이기에 어느 쪽의 진술만으로도 사람들의 감동이 배어나기 어려운 시대인 것 같다. 흔히 세기말로 불리는 이 시대의 문학에 내 눈을 갖다 대어본 소감으로 이 책은 이루어져 있다. 90년대와 눈높이가 다를 수밖에 없는 접근이지만, 종말론적 세계관의 끊임없는 간섭 안에 있는 오늘의 현실은 어차피 다양한 눈높이의 시각들과 만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세기말 작가들과 어울리게 된 60년대 한 비평가의 작품 읽기로 읽혀지기 바란다.
가짜가 진실인 것 같은 세상. 가상, 화상, 영상…… 사이버스페이스 속에서 명멸하는 진실들? 가짜의 화면에 오른 진실은 붉은 살덩이의 피곤한 육신들. 따라가기도 힘들고, 거부하기도 어려운 현실이, 보다 정직하게 고백한다면, 이 책 뒤에 붙어 있는 심리적 배후다. 그러나 문학이 언제까지나 제 속살 드러내기를 진실의 이름으로 자랑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욕망으로 뒤범벅된 세상에서 문학이 다시 바라보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 이러한 물음 앞에서 이제 나는 쉽게 움직여지지 않는다. 이 책과 더불어 우리 앞에 놓여 있는 이 속죄의 계절을 잘 넘어갈 수 있다면 좋겠다.
– 1998년 4월, 김주연
책머리에
제1부: 기술 발전과 대중 문화
1. 기술 발전과 대중 문화
제2부: 가짜의 진실: 세기말의 젊은 작가들
1. 성관습의 붕괴와 원근법주의-세기말의 젊은 소설가들
2. 세속 도시에서의 글쓰기-정찬
3. 아름다운 아버지, 당당한 여자-최윤
4. 몸 속에서 열리는 세상-장정일
5. 육체와 글-송경아
6. 압구정동과 강릉: 두 공간의 통합을 위하여-이순원
7. 모순과 그 힘-은희경
8. 가짜의 진실-채영주
9. 상실 체험과 환영 속의 사랑-신경숙
10. 차가운 시간과 자기 동일성에의 열망-윤대녕
11. 남? 여?/존재? 무?: 해체와 질문의 글짓기-박청호
12. 소설로 쓴 그림-배수아
제3부: 성(聖)과 성(性): 세기말 시의 두 얼굴
1. 욕망과 죽음의 정치학
2. 현대시와 신성 회복
3 서정성, 그러나 객관적인-신경림
4. 초월 속의 평화/동심과 달관-마종기
5. 생활 속의 관능-박경석
6. 사랑, 그 육체와 정신-백미혜
7. 소멸과 재생의 환상-채호기
8. 죽음이라는 ‘끝,’ 생명의 출발-이승하
9. 대나무의, 잔 말씀-이정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