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것 하나도 없지만

문학과지성 시인선 214

김광규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1998년 5월 22일 | ISBN 9788932010045

사양 신46판 176x248mm · 134쪽 | 가격 8,000원

책소개

이 시집에서 시인은 우리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시적 화자의 냉정한 눈초리에 의해 가감없이 객관적으로 묘사한다. 그 묘사는 있는 그대로의 묘사가 아니라 일정한 거리와 높이에서 비판적으로 조망하는 분석적 묘사이다. 이 일정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화자의 시선은 어떠한 흔들림이 없이 일관될 뿐만 아니라 현상을 해체하고 결합시키는 탁월한 구성력에 의해 드러나지 않는 본질을 선명하게 가시화시킨다는 특색을 지닌다. 화자의 이러한 시선의 특이성 때문에 시들은 견고한 객관성과 힘있는 설득력을 갖게 된다.

[시인의 산문]

한 편의 시를 쓰려면, 지금도 나는 20여 년 전이나 마찬가지로 원고지 앞에서 아마추어 글쟁이의 위축과 불안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꼭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글을 쓰는 듯한 심정에 사로잡혀 안절부절하며 괴로운 시간을 보내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글을 쓸 일이 전혀 없을 때가 나는 가장 행복하다.

불행하게도 원고 청탁을 받아, 시를 쓰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을 경우, 나는 우선 쓰기 싫은 마음을 스스로 억누르고 달래는 데 적잖은 노력을 해야만 한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만든 조각품이 환한 곳에서 어떻게 보일지 몰라서 걱정되는 그런 의구심에 휩싸여 시를 몇 줄 써보고, 두었다가 다시 고치고, 정 안 되면 찢어버리고 다시 쓰는 한심한 작업을 되풀이한다. 참으로 비능률적이고 비전문적인 제작 과정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원고 마감 기일을 지키지 못할 것 같은 초조감에 쫓기며, 억지로 쓰고 또 고치는 이 쓰기 싫은 글쓰기를 나는 20여 년 동안 계속해왔고, 앞으로도 이 짓은 변함없을 것 같다. [……] 시를 쓰는 작업이 생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하면, 현대시는 아마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벌기 위해서 부르지 않는 마지막 노래일 것이다. 하지만 이 노래는 듣기에 아름답지도 않고, 들어줄 사람도 별로 없다. 그런데도 자꾸만 노래를 부르겠단., 사람들이 보기에 “시 쓰는 친구”란 얼마나 이상할 것인가. -『동서문학』 1995년 가을호

작가 소개

김광규 지음

1941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 및 동대학원 독문과를 졸업하고, 독일 뮌헨에서 수학했다. 1975년 계간 『문학과지성』을 통해 등단한 이후 1979년 첫 시집 『우리를 적시는 마지막 꿈』을 발표하여 제1회 녹원문학상을 수상했고, 1983년 두번째 시집 『아니다 그렇지 않다』로 제4회 편운문학상을, 2003년 여덟번째 시집 『처음 만나던 때』로 제11회 대산문학상을, 2007년 아홉번째 시집 『시간의 부드러운 손』으로 제19회 이산문학상을 수상했다. 그 밖에 시집 『크낙산의 마음』『좀팽이처럼』『물길』『가진 것 하나도 없지만』, 시선집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누군가를 위하여』, 산문집 『육성과 가성』『천천히 올라가는 계단』, 학술 연구서 『권터 아이히 연구』 등을 펴냈다. 그리고 브레히트의 『살아남은 자의 슬픔』, 하인리히하이네 시선, 페터 빅셀 산문집 등을 번역 소개하는 한편, 영역 시집 Faint Shadows of Love(런던, 1991), The Depth of A Clam(버팔로, 2005), 독역 시집 Die Tiefe der Muschel(빌레펠트, 1999), Botschaften vom grünen Planeten(괴팅엔, 2010), 중역시집 『模糊的旧愛之影』 등을 간행했다. 독일 예술원의 프리드리히 군돌프 문화상(2006)과 한독협회의 이미륵상(2008)을 수상했으며 현재 한양대 명예교수(독문학)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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