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나의 침울한, 소중한 이여』는 삶이 쓸쓸하고 비루하고 덧없다는 것을 알고 나서, 그래도 살아가야만 하는 삶은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를 묻고 대답하는 시집이다. 시 한편 한편의 이미지에는 회한과 비아냥이 서려 있지만, 전제적인 어조는 텅 빈 대낮의 눈물나게 하는 햇빛처럼 차라리 명랑하다. 절망과 어둠과 슬픔이 건드리고 덮쳐와도 스펀지처럼 충격을 흡수하며, 시들은 참 밝게 빛난다. 그래서 이 시집에서는 널브러진 삶에서 단정한 말들을 튕겨내는 강한 힘이 느껴진다.
[시인의 산문]
내 정신은 너무 게으르다. 내 몸이 그렇듯이.
내 시에는 철학이 없다. 내 삶이 그렇듯이.
내 삶과 시에는 ‘왜’가 없다. 따라서 ‘그래서’도.
‘어떠하다’라는 나른한, 미약한, <고양이가 가짐직한 존재감>이 고작이다. 고작이라……
그래, 나로 하여금 시를 쓰게 하는 현실적 비현실적 이유가 여러 가지 있지만, 내가 왜 시를 써도 좋은지 한 생각이 떠올랐다.
무경험이 내 경험이며 무철학이 내 철학이라고 우스개로 우겨온 궤변과, 같은 맥락이 아니기를 바라는데, <고양이가 가짐직한 존재감>을, ‘고작’이라고 말할 수가 나는 없다는 것.
<나는 왜 시를 쓰는가> 같은 물음에 대해 나는 왜 즉각적으로 성가심과 거부감을 느끼는가?
당연하다. 그 방어적 분노.
시를 쓰고 있지 못한 때에 <왜 시를 쓰는가>에 대해 답변을 요구받았으니.
아, 호젓하게 <나는 왜 시를 쓰는가> 생각해볼 날이 언제나 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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